경제
같은 업무, 다른 임금…공공기관별로 제각각 `48만 공무직` 처우 손본다
입력 2020-03-27 11:38 

공공부문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노동자의 임금 등 처우 개선을 위한 범정부 위원회가 곧 활동을 시작한다.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속한 기관에 따라 임금이 천차만별인데, 일관된 기준을 만들어 체계를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청소·경비 업종 등에 대해 직무급을 도입하는 임금체계 '설계도'를 만들었다가 노동계의 반대로 물러난 전례가 있어 성사가 될지는 두고 봐야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고용노동부는 27일 "공무직 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오늘부터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이 규정은 국무총리 훈령으로, 공무직 위원회 설치를 위한 근거 법령이다. 고용부는 "이른 시일 내에 1차 본회의를 열어 공무직 관련 정책에 관해 체계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무직 위원회는 중앙행정기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지방공기업, 국공립 교육기관 등 공공부문에서 근무하는 공무직 노동자의 임금 등 처우 개선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공무직 위원회는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인사혁신처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기구로, 위원장인 고용부 장관을 비롯해 관계 부처 차관과 전문가 등 15명 안팎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산하에는 노동계, 전문가, 유관 기관 등의 의견 수렴을 위한 발전협의회와 회의 운영 등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기획단이 설치된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공무직 위원회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발전협의회 등에서 노동계와 협의 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해야 한다"며 "노동계와 계속 대화하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공무직 위원회에서 논의할 대상은 무기계약직 근로자 31만3000명과 기간제 노동자 16만9000명 등 48만2000명의 공무직의 처우다. 정부는 2017년 7월 가이드라인 발표를 시작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 바 있다. 1단계에 해당하는 중앙행정기관, 지방공기업, 지자체의 경우 작년 말 기준으로 목표 인원 17만4935명 가운데 17만3943명(99.4%)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정규직으로 전환한 이들에 대해 인사·노무 관리가 기관별, 직종별로 달라 일관된 기준이 없는데 공무직 위원회가 이를 정비할 예정이다. 현재 같은 업무를 해도 다른 공공기관에 속해 있다면 기관 사정에 따라 전혀 다른 급여를 받는 공무직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무별로 임금테이블을 만드는 직무급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미 2018년 정부가 호봉제 체계를 직무급 중심으로 바꾸는 '공공부문 표준임금체계 모델'을 마련했다가 실패한 전력이 있어 실제 제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이 모델에는 공공부문 청소·경비·시설관리·조리·사무보조 직종의 임금체계 설계도가 담겼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전환자에게 호봉제를 적용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기관마다 연봉 차이가 천차만별일 것이란 지적에 따른 조치였으나 노동계의 반대로 철회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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