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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은행장 문책경고는 금융감독원의 월권"
입력 2020-03-26 17:54  | 수정 2020-03-26 20:30
◆ 금감원 징계 '월권' 논란 ◆
금융감독원이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한 은행 최고경영자(CEO)에게 '문책경고'를 내린 것이 금감원 권한 밖이라는 행정법원 해석이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행정법원의 이 같은 판단은 금감원이 월권을 행사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것이어서 금감원 내부적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감원의 문책경고 징계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제출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지난 20일 받아들이면서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문책경고의 권한은 금융위원회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결정문에 명시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35조 제1항 제3호는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 권한은 원칙적으로 금융위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동일한 법률 제40조에는 "금융위는 법에 따른 권한 일부를 시행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금감원에 위탁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시행령 제30조 제1항은 해당 법률 제40조에 따라 금융위가 금감원에 위탁하는 업무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해 문책경고·주의적경고·주의 조치까지 금감원이 위탁받는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중 시행령 조항에서 괄호 안에 있는 문구에 주목했다. 시행령은 '법 제35조 제1항 제3호(해당 금융회사가 상호저축은행인 경우만 해당한다)에서 제5호까지의 조치'를 위탁 업무로 규정했다. 여기서 제3호가 문책경고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재판부는 금감원이 상호저축은행 임원 외에는 문책경고 수위의 징계를 내릴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문에서 "상호저축은행 외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 권한은 여전히 금융위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감원의 손태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대한 문책경고 결정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판부가 가처분 인용 단계에서 금감원 권한 문제를 거론했다는 점에서 향후 진행될 본안소송도 금감원에 불리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본안소송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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