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법원, 감사원의 `무리한 법 적용` 지적도 인용
입력 2020-03-26 17:42  | 수정 2020-03-26 20:32
◆ 금감원 징계 '월권' 논란 ◆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금융감독원 제재 효력을 정지시킨 법원은 앞서 2017년 감사원 지적 사항을 주요 판단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금감원의 제재 처분에 관한 규정에 불명확한 부분이 많아 제재의 일관성과 형평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지난 20일 손 회장 등이 신청한 금감원 문책경고 처분 집행정지 결정문에서 "금감원 시행세칙상 양정 기준은 추상적·포괄적 사유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 구체적·개별적인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시행세칙'이 임원 문책경고를 내릴 수 있는 기준을 '비위 정도가 심하거나 중과실이 있는 경우' 등으로 다소 모호하게 정하고 있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앞서 감사원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던 내용을 일부 인용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2017년 금감원에 대한 감사 결과 "위반 행위의 정도나 수준이 유형화·구체화돼 있지 않아 금감원의 제재 권한 남용 및 예측 가능성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손 회장 제재에 근거가 된 '내부 통제 기준 위반'과 관련해서도 "은행법 등에 '금융회사는 내부 통제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제재 사유로는 규정돼 있지 않다"며 "제재 필요성이 있다면 관련 법에 구체적인 근거를 마련해 그에 따라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이 같은 내용은 제재심 과정에서도 논란이 됐다. 금융사 측은 최고경영자(CEO)를 내부 통제 실패를 이유로 제재할 근거를 마련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라 현행법상 제재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금감원은 시행령에 규정된 '실효성 있는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근거로 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진은 징계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현재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손 회장 등에게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사실이 명백히 존재하는지, 금감원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지 않았음이 명백한지 단정 짓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향후 본안 심리를 통해 제재 정도가 적당했는지, 형평에 어긋난 점은 없는지 따져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