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요즘 주식 안하는 사람 있나요…증권계좌 신규개설 폭증
입력 2020-03-26 17:40  | 수정 2020-03-26 21:07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김 모씨(25)는 지난 20일부터 키움증권 주식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매일 통화를 시도했지만 26일까지도 계좌를 개설하지 못했다. 계좌를 개설하려면 계좌 인증을 하거나 영상 통화로 인증해야 하는데, 통화량이 많아서 상담이 어렵다는 연결음만 듣고 성공하지 못했다. 김씨는 "지금이 주식하기 딱 좋은 시기라는 말을 듣고 이참에 주식 투자를 시작해볼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단 한 번도 주식에 관심을 가져본 적 없는 주부 최 모씨(62)는 친구들과의 단톡방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야 한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은행 PB에게 문의해 계좌를 개설한 후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 최씨는 "딸에게 물어보니 지금이 삼성전자 매수 기회라고 해서 서둘러 샀다"면서 "여유자금으로 투자한 거라 묻어뒀다가 나중에 주가가 오르면 찾아 쓰려 한다"고 말했다.
'개미'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들 기세가 무섭다. 올해 2260까지 갔던 코스피는 26일 기준 1686.24까지 떨어졌지만 개미들은 '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외국인은 3월 들어 26일까지 코스피에서 16거래일 연속 매도를 이어가며 3월 누적 순매도 금액만 11조7000억원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개미들은 정반대로 이 기간 10조5000억원 가까이 주식을 사들이며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

작년만 해도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투자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 미국 주식시장, 그중에서도 애플이나 테슬라 등 기술주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이쪽으로 관심이 옮겨진 것이다. 개인투자자에 대해 대주주 요건을 강화해 과세를 강화하는 등 각종 규제가 더해지면서 개인투자자 이탈 현상은 심화됐다.
그러나 올 들어 코로나19로 증시가 폭락하면서 급반전됐다. 핵심은 삼성전자였다. 액면분할 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국민 주식'이 된 삼성전자는 작년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과 반도체 업황 침체 속에서 주가가 3만8000원까지 폭락했지만, 하반기 들어 연일 상승하더니 지난 1월 20일에는 6만2800원까지 올라갔다. 그러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전 세계로 번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무차별 매도가 나타났고, 외국인 보유 비중이 가장 높은 삼성전자도 그대로 충격을 받았다.
개인투자자들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나 1990년대 말 외환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등 초대형 위기 때마다 국내 증시가 급락한 후 수개월 내 급반등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대박의 기회를 놓쳤던 개인투자자들이 이번만큼은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에 서둘러 증시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별 신규 계좌 개설 수에서도 개인들의 투자 열풍은 감지된다. 작년 1분기 신규 계좌 개설이 약 11만5700건 있었던 미래에셋대우는 올 들어 3월 25일까지 2.5배가량 늘어난 26만4222건이 개설됐다. NH투자증권 역시 작년 1분기 7만2700여 건에서 올해 약 38만건으로 5배 이상 폭증했다. 삼성증권은 작년 1분기 9만건이던 신규 계좌 개설이 올 들어 30만건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20·30대 젊은 층은 비대면 계좌 개설을 선호하고, 중장년층은 직접 지점을 방문해 계좌를 만드는데, 양쪽에서 모두 신규 개설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주식 사기 열풍이 불고 있고, 특히 삼성전자에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장년층은 삼성전자와 같은 계열이라는 이유로 삼성증권을 유독 많이 찾는 현상도 나타났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개인들보다 오랜 투자 경험과 정보를 보유한 외국인들이 계속 증시에서 돈을 빼는 이유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박인혜 기자 / 우제윤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