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암호화폐 거래자료 확보…박사방 유료회원 색출 박차

경찰이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물 단체방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 씨(25)의 불법 수익과 박사방 유료 회원들의 신상 파악을 위해 이들이 금전 거래를 한 창구로 보이는 가상화폐 거래소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씨는 언론 보도와 여성단체들의 신고 때마다 보복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26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박사방 사건과 관련 지난 13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업비트, 코인원 등 3곳과 19일 대행업체 베스트 코인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21일엔 대행업체 비트프록시에 수사협조를 요청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거래소와 업체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조씨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 경찰에 검거되기 전까지 박사방을 운영하며 회원들에게 가상화폐로 최소 20만원에서 최대 150만원에 이르는 입장료를 받아왔다. 회원들은 대행업체를 통해 현금을 모네로 등 가상화폐로 교환한 후 거래소를 통해 조씨의 계좌(지갑)로 보냈다. 조씨는 본인 계좌 외에도 '직원'이라 부른 공범들 계좌도 사용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거래소와 대행업체에서 조씨가 범죄에 동원한 가상화폐 계좌 30여개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수를 고려할 때 범죄 수익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씨는 지갑에 가상화폐가 들어오면 거래소에서 현금으로 환전한 후 시중은행 연계 계좌로 빼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조씨의 행동책들이 아파트 소화전에 현금을 넣거나, 택배로 조씨에게 돈을 전달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3대 가상화폐 거래소 등의 협조를 얻어 박사방 회원들의 지갑에서 박사 등의 지갑으로 가상화폐가 흘러갈 때, 일부 회원이 모네로 등을 구입해 박사 등의 지갑으로 가상화폐를 보낼 때 모두 기록이 남는다는 점을 활용해 유료회원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상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암호화폐 거래를 할 경우 분석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상용 프로그램도 있고, 경찰 자체적으로 개발한 프로그램도 있다"며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서 수사협조를 요청해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회원)추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씨의 다른 범죄 정황도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조씨는 언론사와 여성단체들이 박사방에 대해 파헤치려 할 때마다 "여성을 살해하거나 착취물을 제작하겠다"고 회원들에게 엄포를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사방 내부고발자 A씨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조씨는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에서 본인들에 대해 문제 삼자 "페미신고단의 활동이 보고되는 족족 새로운 노예(성착취물 피해자)를 공개한다"며 "당신들의 정의감을 포장한 그 비열한 행위가 오히려 여성들을 고통으로 집어넣는 시발점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대화방 회원들에게 공지했다. 실제 조씨는 닷페이스 방송으로 인해 피해자 한 명을 추가로 공개하겠다며 나체의 피해자가 벌을 서는 듯한 사진을 단체방에 올렸다.
여성단체의 일부 회원들이 박사방에 몰래 잠입하려고 하면 해당 여성의 신상을 파헤쳐 박사방에 공유하기도 했다. 김씨 등에 따르면 조씨는 회원들을 시켜 잠입을 시도한 여성의 이름, 주소, 생년월일, 출신지 등을 방에 올렸고 해당 여성의 지인들에게 "박사방에 잠입하려는 A여성의 인생을 망치겠다. 작업은 보안상 완료하고 공개한다"고 위협했다. 조씨는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박사방 관련 방송이 나가자 "ㅇㅇ팀이 박사 관련 방송을 왜곡되게 내보내 새로운 얼굴로 진행했다"며 또 다른 성착취물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26일 서울청은 박사방과 유사한 '태평양 원정대'를 운영하며 불법 성착취물을 유포한 '태평양'이란 닉네임의 B씨(16)를 지난달 20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B씨 송치 이후에도 '태평양'과 동일한 대화명을 사용하는 자가 성착취물 등을 유포할 가능성이 있다"며 "발견될 경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