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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혜진 국장 "벤허처럼 달린 `미스터트롯`, 결승전은 영광과 고통의 순간"
입력 2020-03-26 15:3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결과 발표가 미뤄졌는데도 끝까지 다 봐주셔서 정말 시청자 한 분 한 분께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지난 12일 종영한 TV조선 '미스터트롯'은 대세 트로트 가수 송가인 등을 배출한 '미스트롯'의 남성 버전 프로그램으로 불모지라 여겨졌던 트로트 시장의 숨은 보석들을 대거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미스터트롯' 종영 2주 뒤인 26일 서울 상암동 TV조선 스튜디오에서 만난 서혜진 TV조선 제작본부 국장은 "시원섭섭하다"며 열정의 대장정을 마친 소감을 내놨다.
"시원섭섭하다는 게, 끝났다는 데서 시원하고, 매 주 최선을 다해 시청률이 상승곡선을 타서, 더 완벽한 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몰입의 대상이 없어졌다는 게 섭섭해요. 만드는 사람도 설레고,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게 전달되어야 시청자들도 재미있어 하시는 것 같은데, 우리는 이번에 만들면서 그런 걸 온전히 다 느꼈죠."
첫 회 시청률 12.7%로 출발한 '미스터트롯'은 매 회 뜨거운 열기 속 최종 11회에서 종편 최고 기록인 35.7%라는 경이로운 시청률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결승전 문자투표 집계가 방송 시간 내 되지 않아 당일 발표되지 않는 초유의 방송사고를 남기기도 했지만 결과 방송을 위한 특별 생방송 역시 28.7%를 기록하며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시청률 성과에 대해서는 "엄청 기뻤다. 기뻤는데, 결과 발표를 지연시킨 게 있어서 영광과 고통이 한꺼번에 온, 고통의 숫자"라고 말했다. 그는 "35% 넘기게 해주신 시청자들의 성과 열정, 응원에 너무 감사했다. 35% 찍는 순간 (발표를) 잘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시간 문자 투표 집계 결과 발표가 지연됐을 당시의 심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 국장은 "업체에서 할 수 있다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으나 내부 프로그램 문제로 발생한 일이었다. 우리는 1000만 통 정도 예상하고 서버를 준비했다. 그런데 문자 관련해 걸러내는 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에러를 고치는 데 대한 대처가 늦어진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막판에는 현실을 직시했어요. '오늘 못 나오는구나'. 사실 엄청난 고난이 왔을 때 피해가고 싶잖아요. 하지만 이 고난을 피해가는 게 아니라 맞서서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게 가장 큰 우리의 무기라고 생각해서 시청자께 말씀 드렸습니다. 그 부분을 MC(김성주)가 잘 수습해주셔서, 일단 큰 산 넘고 바로 체크해서 토요일로 결과 발표를 당겨서 해드린 게 우리로서는 최선이었죠."
서 국장은 "회사 윗분들과 대책회의를 하고, 고민 하던 와중에 기획작가가 '이건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그게 우리가 살 길이다'고 이야기하더라. 작가 판단을 따랐다. 그런 중요한 조언을 해준 게 고맙다"고 덧붙였다.
그 순간, MC 김성주의 진가가 단연 빛을 발했다. 서 국장은 "김성주 씨가, 늦어지는 데 대한 당황함을 최소화시켜주고, 그걸 정확하게 집계해서 우리에게 알려드리겠다는 말을 굉장히 예의 바르게 전달해주셨다. 단어 선택도 적절했다. 최선을 다해 전달하겠다는 말을 우리를 대신해 말씀해주셨다"면서 "'미스터트롯' 진행 '진'이었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 국장은 "다음 경연 프로그램도 무조건 김성주가 '원픽'"이라며 "대한민국 최고 진행자"라며 거듭 칭찬했다.
3개월에 걸친 치열한 레이스를 거쳐 김호중 김희재 영탁 이찬원 임영웅 장민호 정동원이 TOP7로 결승에 진출했고, 임영웅이 영예의 진(眞)으로 선발됐다. 영탁이 선(善), 이찬원이 미(美)에 이름을 올렸다. 서 국장은 모든 '미스터트롯' 맨들을 애정했지만 시청자로부터 'PD픽' '편애' 의혹 역시 피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서 국장은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긴 있구나 하고 받아들였다"며 씩 웃었다.
"'PD픽'은 역사가 있어요. 처음엔 장민호-김호중, 그리고 영탁, 정동원 순으로 가다가 마지막이 임영웅이었죠. 일부 시청자가 편애라고 보시는 역사라는 게 있어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아 이번에 또 그렇게 보시는구나' 싶었다. 앞에서부터 하면 다섯 명인데, 이미 편애는 아니지 않나 싶었어요."
하지만 '미스터트롯'을 둘러싼 숱한 논란 중에서도 한 작가의 '내새끼' 표현에서 비롯된 '임영웅 편애 논란'은 서 국장이 가장 억울했던 점이라고. 서 국장은 "그런데 그 작가의 '내 새끼'가 서른 명 정도 있다. 임영웅에게만 붙인 게 아니라, '미스트롯'의 홍자부터 그간 맡아온 모든 이들에게 '내 새끼'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이라고 항변했다.
지난해 '미스트롯'으로 열어젖힌 트로트 오디션의 장은 불과 1년 만에 '미스터트롯'으로 정점을 찍은 분위기다. '미스트롯' 당시 출연진 사이 경쟁 구도가 치열했던 것과 달리, '미스터트롯'은 전반적으로 축제의 느낌이 강했던 게 사실. 서 국장 역시 두 프로그램에서 극명한 차이를 느꼈다고 밝혔다.
"'미스트롯'은 우리가 처음 론칭하는 거라 좌충우돌하며 시스템을 만들어갔어요. '트롯에 오디션을 섞을 수 있어?'라면서 우리도 처음 가는 길이었는데 시청자들도 '생각보다 재미있네?' 하고 함께 가주셨죠. '미스트롯'이 시청자와 우리 사이 생소함을 극복해가는 과정이었다면 그게 토대가 되어, '미스터트롯'은 이미 즐길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즐긴 프로그램이었어요. 거기에 남자들 특유의 활력 활기 생각지 못한 퍼포먼스를 넣었죠."
서 국장은 "우리 팀의 강점은 '퍼포먼스의 한계가 없다'는 걸 보여주는 걸 주저하지 않는 점이었는데, '미스터트롯'에서 극대화해서 보여졌다. '미스트롯'에서 처음이라, 여자 분들이라 많이 도전하지 못한 부분들을 '미스터트롯'에서 아낌없이 보여드렸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팬덤과 제작진이 같이 윈윈하는 재미있는 과정이 있었는데, 그게 '미스트롯'과 완전히 다른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가령 1대 1 데스매치 때도, 남자들은 우리가 예상한대로 전혀 가지 않더라고요. 제작진은 누구랑 붙었으면 좋겠는데, 남자들은 그 기대와 달리 '센 사람이랑 붙어서 나의 존재감을 뿜뿜 하겠다'는 허세 같은 게 있었어요. 우리가 생각한 그림을 절대 만들어주지 않더라고요. 또 그분들이 한편으로는 여자들보다 마음이 여유로워서 그런지, 경쟁심이 안 느껴지는 거예요. 도대체 이들이 서바이벌 할 수 있는 건가 싶었죠. 그렇게 새롭게 보여준 게 브로맨스와 협력, 공조, 우애였죠. '미스트롯' 땐 신경전이 어마어마했는데, 이번엔 색깔이 다르게 표현됐어요."
실력자가 유독 많았다는 점도 '미스터트롯'을 크게 성공하게 해 준 비결이었다. 서 국장은 "오디션은 무조건, 실력자가 나오면 성공한다. 포맷보다도 매력 있는 실력자들이 핵심"이라며 "'미스터트롯'이 더 집중받았던 것도, '이렇게나 잘 하는 사람이 많아?' 였다. '미스트롯'이 송가인 홍자 두 마리 말이 끌고 갔다면 '미스터트롯'은 벤허처럼 12마리 말이 끌고 갔다. 그 추동력으로 힘을 받은 것"이라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무관중 녹화도 '미스터트롯'에게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는 서 국장.
"어제 작가들과 이야기 나누다 한 얘기가 있어요. '2020년이 되면 엄청나게 선진화 된 무엇이 있을 줄 알았는데, 트로트와 독감 바이러스라니'. 미래를 생각했을 때 굉장히 장밋빛일 줄 알았는데, 코로나와 트로트가 만나서 마지막에 결승을 못 하게 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거죠. 23년째 방송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있나 싶은 거죠. 사람을 못 모으는 일은 정말 처음이었고,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재미있는 건, 문제가 터지면 해결방법을 계속 모색하는데, 문자투표로 돌린 게 전화위복이 됐다는 거예요. 사실 현장에 700명 정도 모실 계획이었지만 시청률이 워낙 잘 나오다 보니 현장 투표만 반영하면 왠지 결과에 대해 말이 나올 것 같아서 문자 투표를 넣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 (무관중 녹화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니까, 잘 됐다 싶었죠. 시청자들의 만족감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좋게 생각하려 하고 있어요."
시즌3 계획에 대해 묻자 서 국장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장르적으로나 콘텐츠로서 우위를 점한 건 있으니 방송 시기와 관계 없이 론칭 자체는 최대한 빨리 할 생각"이라며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 자신했다.
한편 '미스터트롯' TOP7 등 출연진은 향후 '사랑의 콜센타' 및 트로트 레전드와 함께 하는 노래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를 만난다.
psyon@mk.co.kr
사진제공|TV조선[ⓒ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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