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서브프라임 닮은꼴` CLO 터질라…7조 투자 韓금융사 초긴장
입력 2020-03-24 17:43  | 수정 2020-03-25 16:08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대출채권에 투자한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의 부실화 가능성이 제기되자 국내 금융사들의 추가 투자 손실이 우려된다.
국내 운용사들은 공제회 등 기관 자금을 받아 선순위가 아닌 CLO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CLO는 미국발 금융위기 때 문제가 되었던 CDO와 비슷한 설계 구조를 가지고 있어 실물경기 하락 때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뇌관으로 지적돼 왔다.
24일 CLO의 기초자산이 되는 레버리지론(투자 부적격 기업에 대한 은행들의 자산담보대출) 인덱스는 한 달 새 23%(S&P/LSTA U.S. Leveraged Loan 100 Index 기준) 하락했다. 기업들의 실적 하락에 따라 원리금 상환 불이행 가능성이 커지면서 레버리지론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CLO에 7조원 이상 투자하고 있는 국내 금융사들의 수익률에도 비상이 걸렸다. CLO는 여러 기업의 대출채권을 묶은 후 상이한 변제 순위 및 손실 위험을 갖는 여러 층의 수익증권으로 쪼개 발행된다. 신용등급 A등급 이상이 선순위이고, 신용등급이 없는 기업들의 대출채권은 에퀴티트랜치로 분류된다.
문제는 국내 보험사나 증권사는 거의 선순위 CLO에 투자한 반면 국내 자산운용사의 경우 에퀴티트랜치나 중순위(신용등급 BBB와 B 사이)에 주로 투자했다는 것이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의 CLO 투자 금액은 4조1659억원인데 이 중 선순위 비중은 7.2%에 불과하다. 특히 자산운용사들의 해외 CLO 투자의 경우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을 편입시킨 비율이 더 컸다. 1조1366억원의 해외 CLO 투자 중 5891억원이 BBB등급이고 2488억원이 B등급이었다. 이외 에퀴티투자 역시 1445억원이었다. 과거 AA등급의 수익률이 1.98%(2018년 기준 연 환산 수익률)인 상황에서 BB등급 이하 CLO 수익률이 3.31%, 무등급기업(에퀴티투자)의 수익률은 11%에 달하다 보니 저금리 시대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려는 장기 기관투자가들이 리스크가 높은 CLO에 투자한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체투자를 많이 하는 사모 전문 운용사의 경우 주로 공제회 등 기관 자금을 받아 고수익 CLO 투자에 나섰다"면서 "CLO 하나만 단독으로 투자하기보다는 모기지론 등 높은 이율을 주는 채권들과 함께 펀드를 만들어 운용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CLO 발행액은 2013년 300억달러에서 2018년 600억달러 규모로 두 배가량 늘어나면서 CLO의 위험성이 계속 제기됐다. CLO가 위험한 이유는 실물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진입하는 경우 2008년 CDO 부실화 사태 때와 비슷하게 '역의 피드백 고리'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의 피드백 고리는 은행들이 발행한 레버리지론이 매각되거나 유동화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못할 경우 은행 추가 대출중단에 따른 실물경제 타격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대체투자 측면에서 CLO 투자를 검토한 적이 있으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대출채권이 많이 있어 경기 하락 시 리스크가 커진다고 판단해 투자를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CLO 포트폴리오 기초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레버리지론의 신용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부도 발생 시 담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문제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CLO는 CDO처럼 신용등급이 다른 기업들의 채권을 묶다 보니 평균 위험은 낮아 보이지만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낮은 신용등급의 CLO에 많이 투자한 것이 문제"라면서 "특히 소규모 자산운용사들이 CLO에 많이 투자했는데 이 회사들의 백 오피스 인력 부족으로 기초자산 위험성을 완벽히 파악하지 못하고 투자한 경우가 많아 관리 감독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 주로 신용등급이 낮고 재무적으로 취약한 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을 모집해서 이를 담보로 하는 수익증권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파생 상품.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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