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선거제 혼란 틈타…`비례로 재선` 노리는 전·현직 의원들
입력 2020-03-24 15:54  | 수정 2020-03-24 15:57

4·15 총선에서 첫 도입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취지가 사실상 무력화 된 혼란을 틈타 아예 비례대표로 국회 재입성을 노리는 전·현직 의원들이 늘어났다. 한국 정치 문화에서 거의 용인되지 않았던 현역 지역구 의원의 비례대표 출마까지 등장하면서 사익 추구를 위해 제도를 악용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24일 주요 정당들의 비례대표 후보 순번이 확정된 가운데 전·현직 의원들이 각 당의 당선권에 포진했다. 비례대표 출신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로 다시 공천을 받거나, 현역 지역구 의원들이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다. 이는 지역구 후보와 정당에 각각 1표씩 투표하는 제도가 시행된 17대 총선 이후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정당명부제 이후 비례로 정계에 입문한 정치인이 재선 이상을 비례로 한 사례는 송영선 전 의원(17대 새누리당·18대 친박연대), 김종인 전 의원(17대 새천년민주당·20대 더불어민주당), 박선숙 의원(18대 통합민주당·20대 국민의당)까지 3명에 불과하다. 17~20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를 지낸 의원들 대비 숫자가 1%에 그칠 정도로 '비례대표 재선'은 특혜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미래한국당에선 정운천 의원(초선·전북 전주을)이 비례대표 순번 16번을 받았다. 20대 총선 당시 전북에서 유일하게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 후보로 당선됐지만, 4년만에 호남을 떠났다. 임기 중 정 의원은 새누리당, 바른정당,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 미래한국당으로 당적을 변경했다.
국민의당에선 안철수 대표 측근인 권은희 의원(재선·광주 광산을)이 비례순번 2번을 받았다. 권 의원은 2014년 안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일때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했고, 2016년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광주의 딸'을 내세웠지만 3선 도전을 위해 지역구 대신 비례를 택했다. 안 대표의 또다른 측근인 이태규 전 의원도 비례 3번을 받았다.

열린민주당에선 18대 통합민주당 비례대표였던 김진애 전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1위를 해 비례대표 1번을 받았다. 2012년 민주당 서울 마포갑 경선에서 노웅래 의원에게 패한 뒤 출마 이력은 없다. 건축가로서 TV프로그램 등에서 활동했다.
정치권에선 이들이 각 당의 현재 정당지지율을 고려했을 때 21대 국회에 등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이들은 지역구 출마시 당선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다는 점에서 혼란기를 틈타 쉬운길을 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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