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동남극 덴먼빙하마저 22년간 5㎞ 후퇴…해수면 1.5m 상승 위기
입력 2020-03-24 14:56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진이 관측한 동남극 덴먼 빙하. [사진 제공 = 미국 항공우주국]

그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빙하로 알려졌던 동남극의 덴먼 빙하가 지난 22년간 5㎞ 가까이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지구 온도가 높아지면서 상당한 양의 빙하가 바다로 쏟아져 내린 것이다. 덴먼 빙하가 모두 녹으면 지구 해수면이 1.5m가량 상승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버지니아 브랜카토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박사후연구원 연구진은 최근 덴먼 빙하와 주변 지역을 인공위성으로 정밀 관측한 결과, 1979~2017년 사이 누적 얼음 손실량이 총 2680억t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3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지오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발표했다.
그동안 동남극은 남극 대륙에 얼음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아 최근 빠르게 녹고 있는 서남극에 비해 지구온난화의 위협을 덜 받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남극 대륙 동쪽에 있는 덴먼 빙하는 폭이 19㎞가 넘을 정도로 큰 규모의 빙하로, 3㎞ 이상 깊이의 해저 협곡 위로 엄청난 양의 얼음이 쌓여 있는 형태다. 해저 협곡의 깊이는 그랜드 캐년 평균 깊이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연구진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동남극 덴먼 빙하는 이 같은 빙하 밑 지형이 기후변화에 빙하를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덴먼 빙하의 동쪽 측면은 빙하 밑의 융기부가 빙하의 후퇴를 막는 역할을 한 반면, 서쪽 측면은 깊고 가파르게 경사진 골이 있어 빙하의 후퇴를 오히려 가속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얼음이 녹으면서 경사면을 따라 더 빠르게 바다로 쏟아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덴먼 빙하는 1996~2018년 사이 5㎞가량 후퇴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덴먼 빙하 서쪽 측면의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앞으로도 빙하가 계속해서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브랜카토 연구원은 "덴먼 빙하 같은 동남극 빙하는 서남극보다 육지 위에 얼음의 양이 훨씬 많기 때문에 더욱 가파른 해수면 상승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수조t에 달하는 덴먼 빙하의 얼음이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1.5m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덴먼 빙하의 빙붕(氷棚)도 매년 3m씩 떨어져 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빙붕은 육지의 빙하와 연결된 채 바닷물 위에 떠 있는 얼음으로, 따뜻해진 해수가 대륙의 빙하를 녹이지 않도록 막아 준다는 점에서 '빙하의 버팀목'으로도 불린다. 현재 덴먼 빙하의 빙붕은 서남극의 빙붕보다도 더 빠르게 붕괴하고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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