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코로나에 신세계 열렸다"…美연준, 초유의 회사채 매입
입력 2020-03-24 11:34 
미국 연방준비제도 [AFP =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3일(현지시간) 발표한 '무제한 돈풀기'는 구면(舊面)이었다. 2008년 금융 위기 때도 도입하지 않았던 프로그램은 연준이 별도 기구를 두고 회사채와 상장지수펀드(ETF) 매수하겠다는 대목이었다. 미국 투자자들은 "이건 완전히 신세계"라며 환호성을 터뜨리고 있다.
이날 연준은 성명을 통해 "'세컨더리마켓 기업 신용기구(SMCCF)를 설치해 투자등급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와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무부가 초기 자금 100억 달러를 이 기구에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프로그램 운영은 올해 9월 30일까지로 하되 보유 채권의 만기나 매각 때까지 자금 지원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미국 연준법에 따르면 연준은 은행이 아닌 개인이나 기업에 직접 유동성을 제공할 수 없다. '예외적이고 긴급한 경우' 제한적으로 재무부와 의회 승인을 얻어 회사채를 매입할 수 있지만 아직 전례가 없었다. 그러나 이 법을 우회하기 위해 기구를 신설하고 ETF의 최대 20% 개별 회사채의 최대 10%까지 사들여 기업 자금 흐름에 숨통을 틔워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연준은 이날 "미국 경제가 도전받는 시기에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가는 그동안 연준이 회사채 매입 등의 방식으로 기업에 돈을 직접 넣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최근 전직 연준 의장인 벤 버냉키와 재닛 옐런도 코로나 사태는 2008년과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회사채 매입을 통해 기업 자금시장의 신용경색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FHN파이낸셜의 크리스 로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의회가 머뭇대는 동안 연준은 계속 일을 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이같은 소식을 반기고 있다. ETF에 돈이 흘러가면 한 번의 거래로 수 천개의 채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조니 파인 투자등급 채권단장은 "이번 조치는 연준의 전례 없는 조치"라고 말했고, CFRA의 ETF 단장은 "완전 신세계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개입에도 단기적인 ETF 자금 유출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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