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예멘 내전 발발 5년, 코로나19 확산 우려까지
입력 2020-03-24 10:31 
예멘의 한 난민 캠프에 있는 자매들 앞에는 올해도 힘든 나날이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 = 세이브더칠드런]

올해는 예멘 내전이 발발한 지 5년이 되는 해다. 내전이 본격화된 지난 2015년 3월 이후 참혹한 분쟁 속에 아동 절반 이상은 우울증과 분리불안, 공격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 구호개발 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5년간 지속된 예멘 내전이 아동의 정신 건강에 미친 영향에 대한 이같은 조사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이번 설문 조사는 13세에서 17세까지의 아동과 부모 및 양육자 총 12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예멘에서 진행된 최대 규모의 아동 심리 조사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 아동 51%는 때때로 슬픔을 느끼며, 5명 중 1명은 항상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아동 52%가 부모와 떨어졌을 때 분리불안을 느끼며, 56%는 혼자 걸을 때 안전함을 느끼지 못했다.
상당수 아동은 심박수 증가와 복통, 다한증 등 불안 증세가 나타난다고 응답했다. 내전으로 전 세대 아동은 심각한 영향을 입었으며 절반 이상이 우울증을 겪고 있으나, 예멘에는 단 두 명의 아동정신과 전문의와 인구 30만 명 당 정신보건학 간호사 1명이 있을 뿐이다.
예멘 사다 출신인 이야드(가명·14)는 "(공습이 일어났을 때) 온 가족이 폭격에서 벗어나려고 죽어라 뛰었다"며 "어느 순간 조카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 이후) 저는 아무 것도 하기 싫어 졌다. 공부도 하기 싫고 늘 피곤하고, 죽은 것처럼 느껴져다"며 "희망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야드는 공습 당시 날아든 파편으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아동에 대한 전쟁을 멈춰라 2020(Stop the War on Children 2020)' 보고서에 따르면, 예멘은 연간 전투 관련 사망자가 1000명 이상 발생하는 고강도 분쟁지역이다. 예멘 내전의 참혹한 피해자는 아동이다. 민간인 영향 모니터링 프로젝트(CIMP)는 2017년 12월 1일부터 2020년 3월 사이 최소 809명의 아동이 사망했으며 1238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자비에르 쥬베르 세이브더칠드런 예멘 사무소장은 "거의 매일 분쟁으로 상해를 입거나 예멘 내에서는 치료가 어려운 질병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목격하고 있다"며 "큰 병원에 수송하려고 해도 연로가 없거나 의료 인력과 물품, 병원 내 전력 부족으로 수많은 아이들이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내전으로 보건 의료 서비스가 취약해진 예멘에서 코로나19와 같은 추가적인 질병 확산은 가장 취약한 아동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미국 정부가 이달 27일부터 예멘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긴급구호 기금 총 93만1000달러를 지원했으며,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10만달러를 지원했다.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세이브더칠드런은 글로벌 캠페인 '아동에 대한 전쟁을 멈춰라(Stop the War on Children)'를 시작했으며, 예멘의 인도주의적 지원은 지속되어야 하며 아동의 생존과 직결된 구호 활동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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