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PBR 0.5배 미달` 기업,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아
입력 2020-03-23 20:50  | 수정 2020-03-23 23:46
주가 폭락에 한국 증시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절반(0.5배) 아래로 내려간 상장기업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나타났다. 시가총액이 기업 청산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대부분 주식들이 저렴해진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경험을 감안할 경우 폭락장에서 PBR 하한선으로 간주되는 0.5배를 지켜낸 종목들이 향후 반등장에서 주도주로 떠오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3일 KB증권이 에프앤가이드 데이터를 기초로 집계한 지난 20일 코스피와 코스닥 두 시장에서 PBR가 0.5배 미만인 기업의 비중은 약 41%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47%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이 기업 청산가치보다 낮은 경우(PBR가 1배 미만)인 기업들 비중도 지난 20일 기준 69%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해당 비중은 약 80%에 육박하기도 했다.
시가총액이 기업 청산가치 아래로 내려간 기업은 기업이 청산됐을 때 투자자가 돌려 받을 수 있는 가치보다도 더 낮은 평가를 받기에 안전마진이 확보된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싼 게 비지떡'이란 속담처럼 싸다고 다 좋은 주식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PBR 0.5배처럼 하한선을 지켜냈던 기업들이 향후 주가가 회복되는 사례가 더 많았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코스피가 저점인 938.75를 기록했던 2008년 10월 24일부터 약 6개월 뒤인 2009년 4월 17일을 비교한 결과, 코스피 저점에서 PBR가 0~0.5배인 그룹에 속했던 기업들 가운데 44%는 코스피가 저점을 벗어난 6개월 뒤에도 그대로 저평가 영역인 PBR 0~0.5배 그룹에 머물렀다. 반대로 다른 PBR 구간에 속했던 기업들은 77.3%(PBR 0.5~0.7배 구간), 75.2%(PBR 0.7~1배 구간), 72%(PBR 1~1.4배 구간), 62.9%(PBR 1.4~2배 구간)가 코스피가 저점을 지난 뒤 PBR 수준이 올랐다. 이민규 KB증권 수석연구원은 "가장 먼저 재평가 받는 기업들은 위기에도 '기업청산가치의 절반'이란 마지노선을 지켜냈던 주식"이라고 밝혔다.
최근 들어 한국 주식시장 종목 대부분은 기존 소외주에 새로 주가가 급락한 종목들이 늘면서 대다수 종목이 PBR가 1배 아래로 내려간 상황이다. PBR 0~0.5배 그룹에 속한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 초기(1월 23일 기준) 16.6%에 불과했지만, 3월 20일 40.7%로 급증했다.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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