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노인 고용이 청년 일자리 뺏는다? 사실은 그 반대..노인 일해야 경제 파이 커져"
입력 2020-03-23 16:30 
지난 1월 24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린다 그래튼 런던 비즈니스스쿨 교수가 매일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기업이 60대 이상을 고용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만약 그들을 고용하면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니어의 고용이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줄인다는 생각에 대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린다 그래튼 런던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매일경제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행사기간중 인터뷰하면서 '욜드가 은퇴를 미루게 되면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뺐는다는 인식'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실제로 60대 이상이 일을 할 수 있을 때, 그들이 번 돈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게 된다. 그래야 결과적으로 산업을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의 인력시장 진출을 예로 들었다. 그래튼 교수는 "1960~70년대 미국에서 수 만 명의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남성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 여성인력의 진출은 노동시장 전체를 키우는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일자리를 제로섬 게임으로 볼게 아니라 노인 일자리를 늘려 경제의 파이를 키워야한다는 지적이다.
그래튼 교수는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된 ‘100세 인생: 저주가 아닌 선물'의 공동 저자다. 그녀는 지난 2017년 9월 아베 총리가 구성한 일본 정부의 '인생 100년 시대 구상회의'에 참여해왔다. 아베 총리가 이 회의체의 의장을 맡고, 부총리와 장관 8명, 지식인 13명이 참가했다. 일본의 인구정책은 장기적으로 마련된 만큼 단기적인 성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고령자를 노동 시장에 오래 머물게하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을 통해 고령자 고용 수치도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18년 65세 이상 고령자 중 취업자수는 862만명이었다. 2017년(807만명) 대비 약 55만명 증가했다. 2016년(770만명), 2015년(732만명) 등과 비교하면 약 20만명 늘어난 수치다.
그래튼 교수는 100세 시대엔 교육을 받아서 일자리에 나가고 그 이후에 은퇴의 수순을 밟는 소위 3단계 인생구조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 일, 쉼이 인생 중간중간에 나타날 것이라는 파격적인 예상이다. 그는 "100세 시대엔 어떤 사람도 20대부터 80대까지 일을 한 번도 쉬지 않고 갈 수는 없고, 또 인생의 어느 시작점에서만 교육을 받는 게 아니라 다른 여러 시점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정부는 특정 시기의 젊은 층에 집중된 교육의 기회를 분배하고, 휴식 시기도 은퇴 시기 이전으로 재배분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튼 교수는 욜드가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인 정책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에게 60~70세 이상을 채용할 경우 세제 혜택을 주거나 재교육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그녀가 생각하는 여러 정책수단 중 하나다. 그녀는 "100세 시대가 열리면 사람들은 70~80대까지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고, 경제적으로 일할 필요성도 커질 것"이라며 "60세에 은퇴하고 100세까지 일없이 사는 것은 국가경제에, 특히 연금 시스템에 엄청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튼 교수는 기업들의 인식 변화도 주문했다. 교육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취지다. 만약 직원이 일을 중단하고 여행을 위해 휴식 시간을 갖거나 아이와 부모를 돌보기 위한 시간을 갖고자한다면 이건 또다른 학습시간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한국과 일본에서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30~40대에 일자리에 신규로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며 "기업은 다양한 생애주기의 사람들이 진·출입이 쉬워질 수 있도록 지금보다 훨씬 더 개방적으로 바뀌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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