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조선소 문닫았지만 로봇 헬스테크로 재기"
입력 2020-03-23 16:30 
지난 1월 17일 덴마크 오덴세 시청 시장실에서 피터 주엘 오덴세 시장이 매일경제 국민보고대회팀과 만나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유준호 기자>

"조선소가 폐쇄되면서 일자리가 급격히 감소하는 등 위기에 내몰렸지만, 로봇으로 빠르게 눈을 돌린 것이 도시 경제 회복의 묘수가 됐죠."
피터 주엘(Peter Juel·사진·43) 덴마크 오덴세 시장은 지난 1월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최근 10년간 진행된 시의 급격한 산업 지형의 변화를 이같이 설명했다. 중세 바이킹의 본고장이었던 오덴세 시를 헬스테크 기술의 중심지로 이끈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도시 주력 산업 몰락 이후 맞딱뜨린 경제 위기를 빠르게 이겨낸 경험이 이를 뒷받침했다.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자란 도시인 오덴세에는 덴마크 최대 조선소가 있었다.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Meask)는 자체적으로 사용할 선박을 만들기 위해 1919년 이곳에 조선소를 세웠다. 하지만 머스크사가 2009년 오덴세 조선소 폐쇄를 결정하면서 도시의 운명이 달라졌다. 이 도시의 2009년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대비 3.3% 감소했고, 2008년 3630명이었던 실업자 수는 1년 새 6082명으로 급증했다.
주엘 시장은 "머스크사가 오덴세 조선소 폐쇄를 결정하면서 도시는 급격하고 강력한 변화에 직면해야 했다"며 "당시 부시장이었던 나는 도시 재산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오덴세가 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한 헬스케어 산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게 바로 그 때"라고 설명했다.
고임금과 고령화에 따른 제조업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로봇 산업을 육성해야 했다. 고령화로 인한 노동 생산성 감소와 과다한 복지 지출 증가를 막기 위해 새로운 도시 발전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덴세 시가 기업과 대학의 손을 맞잡고 로봇 생태계를 조성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시는 대학과 기업간 협력을 지원하며 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한 헬스테크에 주목했다. 머스크사는 적극적인 R&D투자를 통해 로봇 산업을 지원했다. 머스크사는 오덴세 시와 합자해 덴마크남부대학(SDU)에 1200만 달러(약 142억 원)를 투자했다. 시는 오덴세 로보틱스라는 로봇 지원 조직을 만들고 예산을 투입했다. 시는 기업에게 값싼 주거를 제공하고, 대학은 우수한 연구자와 학생들을 배출해 기업에 연료를 제공했다.
오덴세 로보틱스에 따르면 로봇 클러스터의 기업 수는 2015년 85개에서 2018년 연말 129개로 급증했다. 클러스터 내 기업 매출은 2017년 7억 6,300만유로(1조 20억 원)에 달한다. 2015년 2,200명가량이었던 근로자수는 올해 4,9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오덴세 로봇 클러스터에서 만들어진 로봇은 유럽 각지의 병원과 요양원에서 사용되고 있다. UVD로봇(살균 로봇)과 빔 로봇(의사소통 로봇)은 상용화돼 유럽 전역의 병원과 요양원을 누비고 있으며, 환자 이송용 로봇, 근력 트레이닝 로봇도 출시 준비 중이다.
주엘 오덴세 시장은 "경쟁관계인 실리콘밸리와 비교하면 거대 자금이 오가지 못하기 때문에 기초교육에 로보틱스 과정을 도입해, 10년 후에는 로보틱스 지망생들이 정상급 능력을 얻도록 환경을 갖출 계획"이라며 "장기적인 목표는 최대가 아닌 최고를 목표로 세계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덴세는 로봇산업과 헬스테크로 전환을 통해 시의 경제 체질을 개선했다. 오덴세 지역의 GDP는 2018년 1492억 2000만 크로네(약 26조 3,896억 원)으로 2009년 대비 21.3% 증가했다. 2008년 3.7%에서 2012년 8%까지 치솟았던 실업률 역시 2018년 4.6%로 내려왔다.
오덴세 시는 새로운 시니어의 등장을 맞아 로봇 산업 지형을 더욱 넓혀갈 예정이다. 주엘 오덴세 시장은 "현 시점에서 시니어 세대로 분류되는 인구가 우리 세대에 비해 많다"며 "이들을 소비와 동시에 생산 주체로서 놓치지 않는 것이 숙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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