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앤젤투자자·헤드헌터·자산관리사…욜드 맞춤형 일자리 노려라
입력 2020-03-23 16:30 

현대그룹 출신 1954년생 박동희씨(가명·65)는 은퇴 후 헤드헌터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종합상사 해외법인장을 두루 역임한 그는 2011년 직장 은퇴이후 헤드헌터로 전직했다. 오랜 사회생활 경험으로 쌓인 '사람보는 노하우'를 십분 발휘해 CEO부터 비서까지 다양한 인재를 발굴해 기업에 소개하고 있다. 박씨는 "사람에 대한 통찰력이 필요한 헤드헌팅 업무는 욜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 38년을 일하고 은퇴한 박홍순(63) 씨는 은퇴 이후 특기를 살려 소상공인 전담 금융상담사로 변신했다. 경기도 중서부지역 골목상권이 그의 무대다. 동네 김밥집을 맡아 자금·신용관리 등 금융컨설팅과 배달 서비스 활용 자문을 해준 뒤 매출이 살아나자 박씨를 찾는 손길도 바빠졌다. 이같이 은퇴 이후 재능을 살려 맹활약 하는 욜드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헤드헌터나 금융상담사 외에도 4차산업혁명 전문가, 자산관리사 등 욜드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여럿 있다고 설명한다. 일자리매칭기업 패스파인더의 김만희 대표는 "은퇴한 IT·유통전문가가 농촌에 내려가 농산물 직거래 유통망을 뚫거나 IT로 농업을 혁신하면 어마어마한 부가가치가 날 수 있다"며 "욜드 세대가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곳을 찾아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연한 근로 환경 조성 역시 '욜드형 일자리'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글로벌 선진국은 마이크로잡 플랫폼을 통해 젊은 노인 세대에게 유연한 근무 환경이 보장된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경제적 자유를 더하고 있다.

아마존의 마이크로잡(micro jobs) 사이트 엠터크(MTurk)는 마이크로잡 플랫폼의 대표 사례다. 온라인 기반으로, 일할 사람을 찾는 고용자와 일할 거리를 찾는 구직자가 웹사이트에서 만난다. 건당 보수를 받거나 시간당 임금 등을 받고, 노동자가 일거리를 자유롭게 할당받는 것이다.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하거나 사진 파일을 순차적으로 정리하는 것부터, 애완견 대리 산책까지 하루에 1~2시간이면 금세 할 수 있는 일들도 올라온다.
한국이 정부차원에서 엠터크를 벤치마킹한 욜드 마이크로잡 플랫폼을 운영한다면 시너지가 날 수 있다. 정부는 노인 일자리 만들기를 위해 지난해 예산 9138억 원을 투입했다. 2020년엔 30%나 늘어난 1조1913억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갔지만 지난해 국내 노인 일자리 74만 개 중 73.4%(54만 3000개)는 쓰레기 줍기 등 '공익 활동형' 일자리 였다. 월평균 보수는 27만 원에 불과하다. 김영란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욜드 세대에 구태의연한 노인 일자리만 줘서는 안된다"며 "플랫폼을 잘 활용하면 욜드 일자리 찾기 새 길을 열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