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단기 외화자금줄도 마른다…국책은행도 해외CP 발행 `차질`
입력 2020-03-23 15:23  | 수정 2020-03-23 20:12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신용경색 여파로 신용도가 높은 국책은행마저 외화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 여건 악화로 대규모 외화채권 발행이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외화채권을 대신해 외화자금 공급원 역할을 했던 해외 기업어음(CP) 발행 속도도 더뎌지고 있다. 외화 표시 CP는 신용 상태가 양호한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외화 단기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해외 금융시장에서 발행하는 단기 채권이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획재정부 내에 '거시금융안정팀'을 조직해 매일 시장점검회의를 주재할 방침이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유로 기업어음(CP) 발행 프로그램을 통해 외화자금 조달을 시도했지만 어려움을 겪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최근 CP 발행을 위해 유럽에서 투자자를 모집했지만 호응도가 낮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 들어서야 발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유럽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외화 표시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총 10억2000만달러(약 1조2900억원)를 조달한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이달 19일 6개월물(3억 달러)을 시작으로 20일 9개월물(3억 달러)과 6개월물(2000만달러), 23일 9개월물(4억달러)을 발행했다.
은행들은 지금처럼 장기채권 발행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을 때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CP를 통한 자금 조달 규모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 특히 국책은행은 해외에서 한국 정부와 비슷한 신용도를 인정받아 조달금리가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우량 발행사로 꼽히는 한국수출입은행마저 단기 외화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글로벌 신용경색이 시중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들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정부는 국내외 시장과 금융 부문별 시스템 리스크를 점검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내에 '거시금융안정팀'을 구성해 매일 시장점검회의를 주재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자금시장의 단기금리 변동성이 과도해질 경우 시장안정 방안을 신속하게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적극적인 시장안정조치에도 유동성 확보 경쟁이 고조되고 있고 신흥국이나 원자재 수출국을 중심으로 통화가치 하락이나 대규모 자본 유출이 나타나는 등 시장 불안이 지속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김 차관은 "국내 금융시장이 글로벌 금융시장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만큼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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