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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종군’ 이택근의 심경 고백 “팬들께 죄송…건재함 어필하고파” [현장인터뷰]
입력 2020-03-23 14:53  | 수정 2020-03-23 14:57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이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을 가졌다. 훈련을 마친 이택근이 취재진들과 가볍게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서울 고척)=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안준철 기자
팬들께 죄송한 마음이 가장 크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이택근(40)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백의종군을 택한 이택근에게 2020년은 오직 팀이 우선이었다.
이택근은 23일 오후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 섰다. 검은색 마스크를 하고 나타난 이택근은 지난 1년 간의 공백에 대한 여러 심경을 밝혔다.
히어로즈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택근은 2019시즌 불미스러운 일로 1군에서 단 1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과거 팀 후배를 폭생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비록 3년 여 시간이 지난 2015년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이택근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어나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상벌위원회를 통해 36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택근은 2019시즌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6월이나 돼서야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 출전했다. 2019시즌 2군 기록은 3경기 4타수 1안타이다.
지난해 5억원의 연봉을 받았던 이택근은 90%가 삭감된 5000만원에 2020시즌 연봉 계약을 했다. 백의종군이었다. 이택근은 내가 선택한 일이다. 구단과의 협상 과정에서 (삭감을) 해달라고 했다”며 작년에 징계가 끝나고 경기에 나가지 않았던 것도 내가 선택한 일이다. 불미스러운 일이 해결되지 않고, 찜찜한 상태에서 경기에 나가기 싫었다. 모든 일이 해결된 뒤 경기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억울하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그건 내가 감수해야 할 문제다. 가장 우선 드는 생각은 팬들께 죄송한 마음 뿐이다. 또 구단, 동료들, 코칭스태프께 죄송하다”며 그 부분에서 구단도 저에 대해 계속 믿음을 보여주셨고, 고참 선수들에게 고맙다. 주장 김상수, (박)병호, (오)주원이가 먼저 안부차 연락을 하는 듯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쉬는 동안 묵묵히 몸을 만들어 온 이택근이다. 이택근은 (쉬면서)운동하는 공부를 많이 했고, 방법을 바꿨다”며 그 전에는 부분운동을 많이했는데, 전신운동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근육의 질을 준비했다.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택근은 컨디션이 좋은 상태다. 대만 스프링캠프와 고척 자체 연습경기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대만에서는 5경기 출전해 9타수 7안타로 타율이 7할을 훌쩍 넘었다. 홈런도 하나 때렸다. 국내로 들어와서는 1루수로도 출전하는 등 여러 실험을 하고 있다. 이택근은 이렇게 빨리 준비한 적이 없다. 1년 공백도 있고, 이젠 주전이 아니다. 내가 건재하다는 걸 어필해야 한다. 뭐든 팀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대만에서는 혼자 올림픽 결승전을 했다. 그만큼 페이스를 빨리 올렸는데, (개막이 밀리면서) 시간이 좀 생겨서 다시 페이스 조절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이 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자체 청백전을 가졌다. 1회초 2사 1, 3루에서 더블 스틸을 감행한 3루주자 이택근이 홈으로 파고 들다 백팀 이지영 포수에게 태그아웃되고 있다. 사진(서울 고척)=김영구 기자
이택근이 바라보는 올 시즌 키움은 역대 최강이다. 이택근은 현대 시절부터 통틀어서 멤버 구성은 감히 최강이라 말씀을 드린다. 작년에 아쉬웠던 게 팀 우승을 하지 못했던 것인데, 한편으로는 내가 와서 우승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감독님도 새로 오셨고, 팀도 새롭게 셋팅이 됐다. 주장 김상수 선수부터 모든 선수들이 똘똘 뭉쳐있다”고 전했다.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말그대로 백의종군이다. 이택근은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이다. 여러 면에서 겸손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어떤 상황이 되건, 어떤 타순에 들어가건 정말 신인 때처럼 열심히 할 수 있는 그런 생각만 하고 있다”고 다짐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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