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방기자의 호텔24시] 호텔 사무직 직원의 코로나19 확진 공개해? 말어?
입력 2020-03-23 14:19  | 수정 2020-03-23 15:03

"어후, 생각만해도 아찔해요. 예약 손님에 잡아놓은 결혼식이며, 외국인 등 장기투숙객 등 뒷감당하려니…"
롯데호텔서울 본사 직원이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해 호텔업계 종사자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만약 당신 회사의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면요?"
대부분 업장 폐쇄를 전제로 한 답을 들려줬다. 업장 폐쇄에 따라 매출 손실은 기본이고 장기투숙객 거취 마련과 숙박을 비롯해 결혼식 예약 고객들에 대한 대안 강구 등 업장 폐쇄에 따른 거센 후폭풍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단순히 하루 이틀 장사를 접는 백화점과 마트, 면세점 등과는 확실히 다른 호텔업계였다.
질문을 다시 했다. "그런데 손님을 직접 상대하지 않은 호텔 본사 직원이 확정 판정을 받았다면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본사 직원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통상 호텔 본사 직원들은 호텔과 같은 건물에서 일을 하긴 하지만 대부분 별도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손님들의 동선과 겹치지 않도록 한 지하 사무실 등이 그러하다. 아예 다른 건물에서 일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호텔 본사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면, 직원의 동선과 겹치지 않은 호텔 업장까지 폐쇄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롯데호텔서울 전경
롯데호텔서울의 경우가 딱 그랬다. 확진자 직원은 사무직으로 호텔 고객들의 동선과는 별도의 백 오피스에서 근무했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 측에서도 아예 "발병지가 호텔이 아니므로 역학 조사가 필요 없고, 업장 폐쇄 역시 불필요하다"는 지침을 내렸다.
실제로 여느 회사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무조건 사옥을 폐쇄하지는 않는다. 신종 코로나의 공기 중 전염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방역 당국에서도 강제로 폐쇄 명령을 내리지는 않고 있다. 방역 후라면 이용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질본 지침대로 접촉자 자가 격리 및 방역 조치까지 다 한 롯데호텔이다. 하지만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다. 고객들은 불안해한다. 왜 그럴까.
확진자 직원에 대한 정보 공개가 투명하지 않은 이유가 우선 있다. 이번 확진자 직원 정보는 롯데호텔에서 자발적으로 공개를 한 것이 아니다. 지난 19일 언론 보도로 외부에 처음 알려졌고, 이미 9일 직원의 확진 사실을 알고 있었던 롯데호텔은 그 동안 쉬쉬했다는 비판에 해명·반박하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질본에서도 호텔 업장 폐쇄가 불필요하다는 지침을 받았다면 이같은 설명을 하고, 방역 조치를 취한 것과 관련해 정보 공개를 했었더라면 좋았을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문제 될 게 없으니 굳이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게 롯데호텔 측 입장이다. 하지만 롯데호텔의 확진 판정을 받은 직원은 아내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이 된다. 그의 아내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대거 발생한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구로 콜센터발 집단감염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고려했다면, 롯데호텔은 이를 마땅히 공개했어야 했다.
고객들의 눈높이는 이미 신종 코로나에 감연된 직원 발생시 정보 공개와 즉시 업장을 폐쇄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 때문에 확진 판정을 받은 직원 뿐 아니라 확진자가 한번 다녀가기만해도 쇼핑몰이나 백화점, 식당 등은 자발적으로 휴업을 택한다.
기업은 질병이나 식품 관련 위기 발생시 고객들 사이 신뢰를 잃지 않으려면 대응을 압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 과잉조치라 할 정도로 대중의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을 보여야 고객들의 신뢰를 잃지 않는다.
롯데호텔은 이를 간과했다. 다중이용시설인 호텔이기 때문에 더 철저했어야 했는데 정보 공개가 늦어지는 바람에 불필요한 불안감을 고객들에게 야기했다.
내부 직원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외부 공개시 내외부로부터 불안한 시선을 받는 게 사실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의 침투에 당연한 반응이다.
그런데 고객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중이용시설 직원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아 생기는 불안함은 더 커 보인다. 브랜드 이미지 타격은 물론 그 동안 고객과 쌓아온 신뢰의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어서다. 그렇다면 손해가 막심하더라도 차라리 공개하고 덜 불안해하는 게 낫지 않을까.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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