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9월 학기제` 논의에 고3 술렁…"차라리 12월 수능이 낫다"
입력 2020-03-23 14:15 
코로나19 사태로 전국에 휴교령이 내려져 텅 빈 교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개학이 늦춰지면서 `9월 학기제`가 논의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온라인상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개학이 늦춰진 가운데 '9월 학기제'가 논의되면서 수험생들이 술렁이고 있다.
특히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코로나19 여파로 개학이 더 연기될 경우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안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22일 "3월에 개학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일본과 호주밖에 없다"며 "코로나19로 개학이 더 늦어진다면 이참에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긴 여름방학 동안 새학년을 위한 충분한 준비시간도 가지고 지금처럼 애매한 2월 봄방학 문제도 해결하고 다른 선진국과 학기가 일치되니 교류하거나 유학을 준비하기도 당연히 좋아진다"고 주장했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도 같은 날 "학제개편을 위해서는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김경수 지사의 말대로 이 의제는 미래를 생각할 때 언젠가는 이뤄야 할 교육체제이기 때문에 어려움에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9월 학기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9월 학기제와 관련한 청원글이 8개나 올라왔으며 해당 청원들에 참여한 인원은 총 35074명에 달한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회원 수 200만이 넘는 입시 카페 '수만휘'를 포함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9월 학기제와 관련해 활발한 찬반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9월 학기제를 반대하는 측은 "9월 학기제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 9월이 신학기되면 대입체제 붕괴된다. 특히 올해 수험생들 대입은 물건너가는 거다"(cook****), "9월 학기제 시행되면 9월까지 자습해야 하는가"(dlwn****), "9월 학기제되면 자퇴한다"(jhy9****) 등의 의견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학교 내신 시험의 비중이 높은 학생종합부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반면 찬성 측은 "가을 학기제를 언젠가는 도입할텐데 지금처럼 현실적인 기회는 없다"(mint****), "지금의 봄학기는 일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으니 잔재에서 벗어나자"(sici****) 등을 이유로 꼽았다.
다만 대다수의 수험생들은 9월 학기제보다는 차라리 수능을 12월에 치르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반응이다.
교육계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국제 표준과 맞는 학기제가 필요하고 일시적 혼란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9월 학기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과 사회적 비용 측면과 학생 및 학부모들의 혼란을 우려한 반대 측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교육부와 교원단체 등에선 신중론이 우세하다. 예산, 교육과정, 교육수급 문제 등 고려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한국교육개발원(KEDI) '9월 신학년제 실행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3월 입학을 6개월 앞당기는 경우 첫 학년에 신입생이 2배로 늘면서 12년간 약 10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입학 시기를 수년에 걸쳐서 한두 달씩 점차적으로 미루면서 9월 학기제로 바꾸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간 입학, 졸업, 방학 시기가 다르면 대혼란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올해 수능을 치르는 고3학생들은 이와 관련해 현시점에서의 코로나19 논의는 섣부르다는 입장이다.
안양외고 3학년에 재학 중인 한상윤 학생은 "사실상 코로나19 여파로 개학이 한 달 넘게 연기되면서 학생들은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의 연속"이라면서도 "지금 당장 9월 학기제를 시행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으로서는 모든 학교의 학사 일정을 바꿔야 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 않냐"며 "찬반이 확실히 갈리고 장단점도 확실한 만큼 많은 고민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양외고 3학년 김동현 학생은 "코로나19사태로 고3 학생들은 불확실한 올해 입시 일정으로 불안한 상황"이라며 "현시점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다. 다만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나서 논의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서주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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