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코로나판데믹 탓 `항공사 해고대란` 시한폭탄…`英 괴짜재벌` 버진 회장 "3194억원 쏜다"
입력 2020-03-23 13:40  | 수정 2020-03-23 14:24
22일(현지시간) '영국 괴짜 재벌' 리처드 브랜슨 버진 그룹 회장이 "일자리를 구해내기 위해 몇 달에 걸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7년 3월 에어아시아 비행기에서 '일일 스튜어디스'로 일한 후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회장(왼쪽)과 함께 내리는 브랜슨 회장 /출처=회장 트위...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 판데믹(COVID-19 전세계 대유행)으로 항공·숙박·관광업계 발 해고 대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영국 괴짜 재벌' 리처드 브랜슨(69) 버진 그룹 회장이 "일자리를 구해내기 위해 몇 달에 걸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 돈으로 약 3193억 7500만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22일(현지시간) 브랜슨 회장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버진 애틀랜틱 항공사 직원들의 8주간 무급 휴가 결정을 알리면서 "우리 사람들과 기업이 코로나19 판데믹에 맞서 싸우고 있다. 앞으로 몇 주 혹은 몇 달에 걸쳐 이들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출처=회장 블로그
22일(현지시간) 브랜슨 회장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코로나19 판데믹은 지난 2001년 9·11테러보다 더 치명적인 관광업계 타격을 주고 있다"면서 "우리 사람들과 기업이 코로나19 판데믹에 맞서 싸우고 있다. 앞으로 몇 주 혹은 몇 달에 걸쳐 이들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지킨다는 차원에서 2억5000만 달러를 풀겠다"고 밝혔다. 중국발 코로나19 탓에 각 국 정부는 육로 국경 봉쇄 뿐 아니라 하늘길도 걸어잠그는 고립주의 자구책에 들어간 상태다.
브랜슨 회장은 "지금은 비행기가 날지 못하고, 크루즈 선이 뜨지 못하며 헬스 클럽과 호텔도 문을 닫는다"면서 "내가 말한 자금은 즉시 가동될 것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회장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대규모 환불사태와 운항 중단으로 도산 위기를 마주한 항공업계에 비상 신용대출 75억 파운드(우리 돈 약 11조 1931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업계 차원에서 도움을 요청한 바 있다.
앞서 지난 16일 비행편 85%를 운항 중단하기로 한 버진 애틀랜틱 항공은 '앞으로 6개월 반의 기간 동안 직원들 8주 무급 휴가'방침더 밝혔다. 이와 관련해 22일 브랜슨 회장은 "항공사의 생존과 모두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관계자들과 고민끝에 하게 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버진 애틀랜틱은 브랜슨 회장이 이끄는 영국 버진 그룹과 미국 델타 항공이 공동으로 소유한 영국 항공사다.
회장이 풀기로 한 2억5000만 달러가 무급 휴가를 가야 하는 직원들을 위해 쓰일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브랜슨 회장은 "내 우선순위는 언제나 우리 사람들"이라면서 "나는 이처럼 두렵고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시기에 사람들의 일자리 안정성과 복지를 위해 100%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진 그룹은 전세계 35개국에서 7만 명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 2016년 6월 호주 시드니 공항 방문 중 자신이 세운 버진 그룹의 계열사 '버진 오스트레일리아 항공' 라운지에 갔다가 쇼파 위에서 낮잠 자는 직원을 발견하고는 옆에서 쪼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일하려면 휴식이 필요하다"고 해 세간 눈길을 끈 '영국 괴짜 재벌' 브랜슨 회장./출처=회장 블로그
브랜슨 회장은 영국 괴짜 재벌로 통하는 인물이다. 1960~1970년대 '전쟁 반대·평화'를 외치던 이른바 '히피' 세대에 청춘을 보낸 그는 청소년 때부터 사업에 뒤어들어 현재는 은행, 방송, 헬스클럽 체인 등을 거느린 기업가가 됐다. 버진 애틀랜틱 외에 최근 미국 주식 시장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민간 우주 관광업체' 버진 갤럭틱도 브랜슨 회장이 설립했다. 회장의 지난 해 순자산 가치는 40억 달러(한국 돈 5조 108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브랜슨 회장은 자유로운 행적을 재미있는 사진으로 남겨 인기를 끌고 있다. 앞서 2000년 영국 왕실이 '기업가 정신을 드높였다'면서 회장에게 기사 작위를 부여해 영국 내에서는 경(Sir)라는 칭호를 붙여 부르기도 한다./출처=회장 트위터
지난 2000년에는 영국 왕실이 '기업가 정신을 드높였다'면서 회장에게 기사 작위를 부여해 영국 내에서는 브랜슨 경(Sir)으로 불리기도 한다. 브랜슨 회장은 16세 때 베트남 전쟁 반대를 주장하며 '스튜던트' 잡지를 만들었고, 이어 1970년 편지배달 기록 사업을 시작했다. 그 다음 1972년에는 레코드 음반 가게인 '버진 레코드'를 열었고, 1980년대 버진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키워냈다.
회장은 평상시에 "사업이란 다른 사람들의 삶을 더 좋게 하는 아이디어일 뿐", "기업가 정신은 간판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선하고 재미있는 일을 하면 결국은 돈도 따른다", "용감한 사람은 영원히 살지 못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신중한 사람은 전혀 살지 않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명언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낮잠을 자는 직원을 발견하고는 그 옆에서 자신이 쪼그리고 앉아 사진을 찍으며 "일을 하려면 휴식이 필요하다"고 하는 등 '회장님'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 인기를 끌기도 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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