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독일 코로나19 치명률 한국 ⅓ 수준..환자 차이? 통계 착시?
입력 2020-03-23 13:38  | 수정 2020-03-30 14:05

독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전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많아 나왔음에도 치사율은 눈에 띄게 낮은 이유를 두고 전문가들의 해석이 분분합니다.

독일은 사후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통계가 모든 사례를 포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추측부터, 증상이 없더라도 본인이 원하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현지시간으로 22일 독일의 코로나19 치사율이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이유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를 소개했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실시간 집계를 보면 이날까지 독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만3천974명, 사망자는 92명으로 치명률은 0.4%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사망자가 급증한 이탈리아(9.3%), 이란(7.8%), 영국(4.9%)뿐만 아니라 사망자가 비교적 적은 미국(1.3%)이나 한국(1.2%) 등과 비교하더라도 현저히 낮은 수치입니다.


전문가들은 환자 구성이나 검사 기준의 차이, 의료 인프라 격차 등을 원인으로 거론했습니다.

독일 확진자의 구성을 보면 다른 나라에 견줘 상대적으로 젊은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에 해당하는 독일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에 따르면 양성 판정자의 평균 연령은 47세로, 세계 최고 치명률을 기록한 이탈리아 확진자의 평균 연령(63세)보다 훨씬 낮습니다.

독일 초기 확진자의 연령대도 다른 나라보다 훨씬 낮았는데, 그들 중 다수가 오스트리아나 이탈리아의 스키 리조트에서 돌아온 사람들로 확인됐습니다.


젊으면 면역력이 강하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회복할 개연성이 높고, 나이가 많을수록 기저 질환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커 사망 위험도 더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독일에서 치사율이 낮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의사이자 전염병학자인 카를 라우터바흐 독일 사회시민당 의원은 "독일에서는 많은 노인이 사회 접촉을 거의 하지 않지만, 젊은 층은 이와 정반대이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연령이 낮은 것이 정상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적극적인 검사가 치명률 통계를 '희석'하는 결과로 이어졌으리라는 가설도 제기됐습니다.

독일은 코로나19가 유럽 전역으로 광범위하게 퍼지기 전부터 가벼운 증상을 보이더라도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확진자가 다른 나라보다 많고, 이 때문에 치사율이 낮다는 분석입니다.

가디언은 독일이 한국만큼 코로나19 검사를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감염 초기 증상을 보이거나 중국 우한(武漢)시와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州) 등 고위험 지역을 다녀왔다면 누구든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침을 약 한 달 전부터 마련했다고 전했습니다.

독일 일부 병원에서는 감기 증상을 보이는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했으며, 어떤 의사들은 코로나19 진단키트만 있다면 검사를 받길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검사를 해줬다고 합니다.

RKI의 로타 빌러 소장은 독일이 일주일에 16만건에 달하는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다고, 독일 건강보험의사협회는 하루에 1만2천건의 검사를 진행할 역량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젊은 환자가 많고 검사를 적극적으로 시행한 것은 한국도 비슷하지만 독일의 치명률은 한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한국은 독일보다 검사량이 더 많습니다.

이에 따라 독일의 우수한 의료 인프라가 효과를 발휘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자연히 뒤따릅니다.

한국과 다른 검사 기준에 주목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독일은 이탈리아, 한국 등과 달리 사망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 공식 통계 수치에 반영하지 못한 코로나19 감염사례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른 기저질환으로 입원해 있다가 숨지거나 확진 전에 사망했다면 코로나19에 감염됐더라도 독일 보건당국의 사망자 집계에서 제외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