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수요기대" vs "더블딥"…팬데믹 공포에 반도체 전망 혼돈
입력 2020-03-23 10:37  | 수정 2020-03-23 10:49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경 .[사진제공 = 삼성전자]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반도체 업계 전망도 혼돈 양상을 띠고 있다. 올해 초 메모리 사이클이 업턴되면서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반도체 시장이 최대 12% 역성장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조사업체 IDC는 보고서를 통해 최악의 상황으로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2% 이상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IDC가 예상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해당하지만 전년 대비 6% 역성장 확률이 가장 높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258억달러(32조원) 줄어들게 된다.
IDC는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오는 여름 공급망이 복구되고 격리 및 이동금지 명령 등이 해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공급망 회복에 3∼9개월이 소요되고 경기·수요 위축이 3∼9개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회복세를 보이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도체 사이클은 한번 방향을 정하면 상당기간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난 1993년~1995년 사이 메모리 1차 슈퍼사이클 이후 진행 과정에서는 일종의 '더블딥 사이클'이 나타난 바 있다. 즉 슈퍼사이클 종료→하락→반등→재반락→본격 회복의 과정으로 사이클이 진행됐던 것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하락은 반도체 사이클 더블딥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며 "이제 막 시작된 경제 활동의 위축은 나비효과로 하반기에 그 본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직 시장은 하반기까지 메모리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 하에 어닝 추정치를 내고 있지만 아무래도 실적 전망에 대한 눈높이를 상당 폭 낮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2020년 연초부터 메모리 사이클이 업턴으로 전환된 만큼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로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 현물가격과 고정거래가격이 상승하면서 한국 반도체의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화되기 시작했고, 대만 업체들의 매출도 회복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오히려 서버 수요 증가를 촉진해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분기 서버 D램 가격은 전기 대비 5∼1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고, 비대면(언택트) 소비 확산에 따른 서버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도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 온라인교육 빈도가 늘면서 서버 D램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서버 D램 고정거래가격은 올해 2분기에 두 자리 수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발발 이후 재택근무, 게임·영화 등의 콘텐츠 소비가 늘면서 서버향 수요가 촉진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생각하지 않던 형태로 반도체 업종의 전방산업 수요가 촉진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승우 연구원 역시 "언제인지는 몰라도 이 사태가 마무리되고 나면 언택트 경제활동이 더욱 일상화될 것"이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클라우드와 서버 확충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반도체가 결국 핵심 성장 분야가 될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경제활동이 얼어붙기 시작하면서 데이터센터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어 하반기 수요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설명도 부연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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