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버티던 아베 "도쿄올림픽 연기도 고려"...결국 1~2년 연기 가닥
입력 2020-03-23 10:16 
곤혹스러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 = 연합뉴스]

코로나19 대유행이 날로 위세를 더해가는 가운데 결국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도쿄올림픽의 연기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23일 국회에 출석해 완전한 형태로 실시가 곤란한 경우라면 연기 판단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줄곧 '완전한 형태의 개최'를 강조하면서도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던 아베 총리가 '연기'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세계 스포츠계와 각국 올림픽위원회의 연기 요청이 빗발치는 상황을 고려하면 도쿄올림픽이 정상 개최 가능성은 날로 낮아지고 있다.
중단, 연기 등을 포함한 올림픽의 개최관련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재검토에 나섰다.
IOC는 22일(현지시간) 화상회의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연기를 포함한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해 4주 안에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IOC는 발표에서 "지금까지 논의 수준을 높여 도쿄올림픽조직위, 도쿄도, 일본 정부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23일 발언은 IOC의 발표가 나온 후에 이뤄졌다.
IOC는 발표에서 "대회 중지는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며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중지는 고려 사항이 아니란 점을 밝힌 것이어서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가 어렵다면 연기로 결정이 내려질 공산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요미우리신문이 20~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답변자의 69%가 연기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중지가 바람직하다는 의겨도 8%였으나 예정대로 개최가 낫다는 의견은 17%에 그쳤다. 일본 언론사들의 여론조사에서 정상개최에 대한 답변 비율은 날로 낮아지고 있다.
연기로 결정이 이뤄지면 1년 혹은 2년 뒤 비슷한 시기에 치러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IOC에 영향력이 큰 주요국 방송업계 등의 입장을 고려할 때 프로스포츠 경기가 없는 시기를 택해야 하는 때문이다. 내년에는 이미 7월과 8월에 각각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일본 후쿠오카)와 세계육상선수권대회(미국 오레곤주) 등이 예정돼 있다. 또 도쿄올림픽 프레스센터로 활용될 예정이었던 장소를 비롯해 주요 경기장 대부분의 내년 대관이 마무리 된 상태다. 이 때문에 연기로 결정이 되더라도 언제로 옮길지를 두고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역대 올림픽 경기는 하계와 동계 총 5번 중지된 적이 있다. 모두 1,2차 세계대전 당시다. 연기는 단 한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그만큼 도쿄올림픽이 연기될 경우 전례가 없는 상황이라 국제 스포츠계에도 거센 후폭풍이 에상된다. 당장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국가를 그대로 인정할지 또 개별 국가별로는 이미 선발한 국가대표를 재선발할지 여부부터 고민해야 한다.
일본 역시 녹록치 않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연기가 결정될 경우 시간표를 2020년 7월 개막에 맞춰왔던 경기장 및 관련 인프라 등을 모두 연기시점까지 유지해야 한다. 아사히신문은 "경기장 유지 등에만 연 수백억엔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일본 정부, 도쿄도, 조직위에서 지출한 비용만 3조엔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추가적 비용 지출을 위한 국민 공감대 형성부터 필요하다. 한편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오는 26일 시작되는 일본내 성화봉송은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