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코로나19에 예체능학원 '눈물'…"원생 50명중 1명 온다"
입력 2020-03-23 09:41  | 수정 2020-03-30 10:05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30대 정모씨는 지난 2월 중순 도장 문을 닫고 무기한 휴원에 들어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학부모들이 자녀를 보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씨는 "도장에서는 모두 마스크를 쓰게 하고, 운동 강도도 낮게 조절했지만 아무래도 집단 운동시설에 아이를 보내기 꺼리는 것 같다"며 "들어오는 수입이 아예 없어 모은 돈으로 월세를 내고 있고, 대출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등포동에서 31살 김 모 씨가 3년째 운영하는 미술교습소도 지난달 24일부터 휴원 중입니다. 20명 남짓한 학생들이 1월 말부터 7∼8명 수준으로 줄더니 지금은 수업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고 합니다. 김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분들이 예체능 계열 학원부터 먼저 그만두는 것 같다"며 "개학하더라도 학생들이 다 돌아올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오늘(23일) 서울시내 학원가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일선학교 개학이 계속 연기되자 학원 상당수가 '더는 문을 닫을 수 없다'며 다시 개원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울 학원과 교습소 휴원율은 26.5%(2만5천231곳 중 6천681곳 휴원)로 13일 42.1%(1만627곳)에 견줘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 가운데 국어·영어·수학 등 일반 교과과목을 가르치는 학원 상당수가 문을 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9일 이들 학원이 밀집한 강남·서초구의 학원 휴원율은 23.91%에 그쳤고, 메가스터디학원·종로학원 등 대형 입시 학원도 대부분 개강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음악·미술·체육 등 예체능 학원들은 여전히 문을 닫은 채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예체능계 지망생을 제외하면 배우는 내용이 입시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데다, 몸을 움직이는 수업은 침이나 땀이 튀어 감염 위험이 높을 수 있다며 학생들이 쉽사리 돌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원해도 사실상 휴업이나 마찬가지여서 경제적 어려움이 큽니다.

영등포구 도림동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59살 유 모 씨는 "3주간 휴원했다가 지난 16일 개원한 날 학생 50여명 중 단 1명만 얼굴을 비췄다"며 "혹시라도 학생들이 돌아올지 몰라 문을 열어는 뒀습니다. 30여년간 도장을 운영했는데 지금은 신종플루나 메르스 사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들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려움에 부닥친 예체능 학원들을 지원할 별도의 대책은 없는 상황입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체능 학원이 일반 학원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건 알고 있지만 예체능 학원만을 위해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는 않았다"며 "영세 학원 등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을 위해 마련한 '코로나19 피해기업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신청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유원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은 "음악·미술학원 등의 생계난 해결을 위해 연합회 차원에서 꾸준히 논의하고 있다"며 "교육부에 이들 학원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