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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경제·투자 패러다임 전환 예고한 세계 최대 헤지펀드 수장 레이 달리오
입력 2020-03-21 17:29 
레이 달리오 브릿지워터 회장(해당 사진은 기사내용과 상관 없음) [매경DB]

코로나19 확산과 저유가가 야기한 실물·금융·신용 위기 공포감에 글로벌 자산 가치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세계적인 '달러화' 확보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미국 등 주요국은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각종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 성인 1인당 1000달러가 넘는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방안을 내놓았고,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국채·지방채 매입을 넘어 기업어음(CP)과 회사채(CB)까지도 매입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시장의 눈길이 '달러화'에 집중된 최근에 세계 최대 헤지펀드의 수장이 코로나 사태 이후 '달러화' 가치 하락을 가능성을 꺼내들었다.
2019년 초부터 지난 20일까지 한국거래소 금현물 시장에서 그램당(g) 금값의 추이. [자료 = 한국거래소]
지난 19일(현지시간) 레이 달리오 브릿지워터 회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링크트인 계정에 올린 기고문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보건·경제·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하는 것보다 더 클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업 이익 손실이 수 조 달러에 달할 수도 있고 정부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비용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날 그는 미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코로나19로 전 세계 기업이 12조 달러(약 1경5300조원) 규모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달리오 회장은 이어서 "재정지출을 위한 막대한 돈은 국채 등으로 조달할 것이고, 중앙은행은 전시상황처럼 금리를 낮추기 위해 돈을 찍어내고 정부 부채(국채 등)를 사들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쏟아내던 각종 자금 지원 정책이 지금까지 신용과 부채에 기반해 자산가치를 끌어올려왔던 경제·투자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출발점이 될거란 설명이다.
앞선 지난해 7월 레이 달리오 회장은 '패러다임 전환'이란 제하의 기고문을 통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벌어진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와 저금리가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할 것이라 내다봤다. 중앙은행들이 통화량을 늘리고 각종 금융자산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채권 같은 비현금 자산의 기대수익률은 내려가게 된다. 자산 매입으로 인해 채권 가격이 상승한 것과 정반대로 채권으로 얻을 수 있는 미래 수익률은 점차 하락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그럼에도 계속 통화를 찍어내고 자산 매입을 더 많이 수행하게 되면, 비현금 자산의 기대수익률은 현금 보유 수익률과 수렴하는 지점을 넘어 명목·실질 수익률(금리)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상태에 도달한다. 이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레이 달리오는 부를 저장할 수 있는 다른 수단으로 '금'과 같은 자산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19일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릿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회장이 본인 소셜 미디어 계정 링크트인에 올린 기고문 이미지 [출처=레이 달리오 공개 링크트인 계정]
코로나 사태 이후 이달 초까지만 해도 안전자산으로서 강세를 보이던 금값은 극단적인 달러화 확보 수요로 인해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9일 온스당 1674.50달러까지 올랐던 국제 금값은 이후 1400달러대로 급격히 떨어졌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금값은 단기적으로 추락한 뒤,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8년 12월 온스당 711달러까지 내려갔던 금값은 2011년 9월 1900달러에 도달했다.
결국 경제위기와 대규모 부양 정책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 레이 달리오 회장이 남긴 조언은 투자 자산 가운데 일부를 금에 투자하는 분산투자다. 지난해 9월 28일 미 CNBC와 인터뷰에서 그는 "현재 세계 경제는 2008년부터 시작해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해 왔지만, 이런 방식은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화폐가치가 떨어질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금을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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