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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티몬, 코스닥 상장 추진…재무투자자 자금회수 `시동`
입력 2020-03-20 17:53  | 수정 2020-03-24 14:54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티몬이 상장을 추진한다. 최대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자금 회수에 본격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티몬 대주주들은 수년 전부터 지분 정리 차원에서 상장, 경영권 매각 등을 폭넓게 검토해왔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티몬이 최근 다수 국내 증권사에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입찰에 참여하길 원하는 증권사는 이날까지 제안서를 제출했다. 최대주주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관련 실무를 총괄한다.
티몬은 이른바 '테슬라 상장'으로 알려진 이익 미실현 요건으로 증시 입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상장 규정상 유가증권시장을 택하긴 쉽지 않아 코스닥을 행선지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내부적으로 내년 중 기업공개(IPO)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티몬은 2010년 설립된 온라인 쇼핑 기업이다. '타임 커머스'란 이름으로 특정 일이나 특정 시간에 초저가 행사를 펼치며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같은 해 창업한 위메프와 비슷한 사업모델을 갖췄다. 두 회사 모두 상품 기획력이 강하고, 자체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접속하는 고객이 많은 편이다. 소매시장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티몬의 지난해 상반기 결제액은 약 2조2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베이코리아와 쿠팡, 11번가, 위메프에 이어 4위권이다. IB 업계에서는 티몬의 지난 한 해 거래 추산액을 3조6000억원 정도로 보는 분위기다.
상장에 나선 것은 대주주의 자금 회수와 무관하지 않다. 2018년 말 기준 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펀드를 통해 지분을 98% 보유하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롯데, 신세계그룹 등 유통 대기업에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지만 거래 성사까지 이뤄지진 않았다. 대주주들은 IPO로 구주를 일부 출회시켜 대주주 지분율을 낮춘 뒤 잠재 원매자들과 다시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장 관계자는 "매각 작업이 잘 안되다 보니 상장 준비를 시작한 것 같다"며 "상장 심사를 담당하는 한국거래소가 향후 예상 실적을 보고 상장시켜주는 것이 아닌 만큼, 작년과 올해 상반기 실적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 확충을 위한 목적도 있다. 2018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회사의 자본 총계는 -4346억원에 달한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출혈 경쟁을 벌인 결과다. 대주주들은 이런 점을 고려해 IPO 시 3000억~4000억원 규모 신주 발행을 고려하고 있다. 최근엔 캐피털, 저축은행 등에서 900억원어치 자금을 유치해 숨통이 그나마 트인 상황이다. 2018년 기준 티몬 매출액은 5006억원, 영업손실은 1278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약 29% 늘었지만, 영업손실도 7%가량 늘어났다. 매각 측이 원하는 티몬의 기업가치는 1조50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는 연간 거래액의 0.45~0.5배를 적용해 추산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예상 기업가치를 추산하는 데 주가수익비율(PER),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등이 활용된다. 반면 이커머스 산업에서는 주가매출비율과 연간 거래액이란 지표가 중시된다.
티몬은 4년 만에 상장을 다시 추진하게 됐다. 2017년 삼성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한 뒤 증시 입성을 저울질했지만, 흑자 전환이 이뤄지지 않아 여의치 않았다. 티몬 측은 현금 창출 능력을 뜻하는 월평균 EBITDA가 올 2분기 이후 흑자로 전환될 것이란 입장이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2~3년 내로 이익을 계속 낼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게 공모 흥행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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