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MBN 프레스룸] 남대문상인 "IMF·메르스 때보다 심각…정책? 안 느껴져"
입력 2020-03-20 17:35  | 수정 2020-03-20 17:45
【 앵커멘트 】
코로나19의 여파로 우리 경제가 그야말로 얼어붙었습니다.
모두가 힘든 상황,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또 그간의 정책들은 도움이 되고 있는지, 현장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프레스룸 기자가 나가있습니다.
유호정 기자, 어디인가요?


【 기자 】
네, 제가 나와있는 곳은 서울 남대문 시장입니다.

서울 최대 규모 시장입니다.

사람이 많을 땐 하루 평균 40만 명이 찾았고, 사실 경기가 나빠 사람들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하루에 10만 명 이상은 찾았다는 게 이곳 상인회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지금 보시다시피,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제가 그나마 사람들이 좀 모여 있는 거리에 서 있었는데요. 지금 시각 서로 치일 정도로 사람들이 모였던 시간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 와보니 업종을 가리지 않고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었는데요.

여기는 그릇도매상가 라인입니다.

주로 식당을 하는 자영업자 분들이나, 혼수를 준비하는 신혼부부들이 찾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식당도 어렵고, 결혼식도 미루다 보니 이곳을 찾을 일이 줄어든 겁니다.

상점마다 중국어와 일본어도 많이 보이는데요, 그만큼 외국인들이 많이 찾던 곳입니다.

당연히 외국인의 발길도 뚝 끊겼습니다.

그렇다 보니 남대문시장 관광안내소 근처에는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말만 붙어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게들이 많이 문을 닫았습니다. 여기가 원래 영업을 하던 곳입니다. 그런데 보시면 15일부터 23일까지 아예 일주일간 문을 닫았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면, 월세 나오지 않는 건 물론, 월세도 당연히 안 나오고요. 점주가 출근하는 교통비조차 나오지 않는 문을 닫는 거라고 설명합니다.

이렇게 길에 점포가 몰려 있는 곳은 그만큼 이곳에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는 뜻인데요. 여기는 특히 상인분들 구경하는 사람들, 지나가는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었다는데, 지금 보시는 것처럼 제가 이렇게 촬영하는 것도 전혀 무리가 없는 상황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아동복 거리인데요. 주로 유치원생, 초등학생 자녀를 등원 등교시키고 아이들 옷을 사러오는 곳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유치원도 학교도 가지 않다 보니, 당연히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줄었다고 합니다.

제가 이렇게 남대문시장 전체 1/10도 보여준 게 아닌데 이런 상황입니다. 버텨보겠다고 했지만, 이제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읍니다.

【 앵커멘트 】
모두가 어렵지만 이럴 땐 시장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그곳을 방문하기도 했잖아요?

【 기자 】
네, 약 한 달 전쯤 방문했었죠. 당시 영상 준비했습니다.

- "외국인 관광객들이나 특히 중국 관광객들 코로나 바이러스 전과 지금 비교하면 어느 정도입니까?"
- "70% 이상 떨어진 것 같습니다."
- "70%로 줄어든 게 아니라 70%가 줄었다, 30%밖에 안 된다."
- "네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남대문 시장이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시장인데 많이 걱정이 됩니다."
- "그래서 걱정이 돼서 왔고요. 오늘 온 게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곧 상황이 또 진정이 될 테니까요. 그때까지 힘내고 함께 극복합시다,"

상인분들 이때보다 더 어렵다고 얘기를 합니다.

70% 정도 줄었다고 했지만, 당시에도 90&는 줄었다고 해야 맞는 말이다는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요.

그런데다가 그 후로 신천지 중심으로 집단 발병이 있었고, 게다가 대구 콜센터 등 수도권 감염이 잇따르면서 타격이 더 커졌다고 합니다.

제가 오늘 이곳에 오전부터 와서 상인분들의 목소리를 담아봤는데, 준비된 영상으로 보시겠습니다.

【 VCR1 】
▶인터뷰 : 남대문시장 상인
- "하루에 백만 원 매상을 올렸다 하면, 지금은 만원 정도도 안 돼요. 지금 개시 못 하고 가는 사람이 수두룩해요. 70% 줄었다고 하면 많이 봐준 거야. 지금 없어요. 외국 사람들도 안 들어오지 내수도…. (정부에서 마련한 정책은) 우리 피부에 와서 닿지를 않는다고. 말들은 진작에 나왔는데 실제로 보이는 건 없어요. 대출 같은 것도 실제로 내가 대출을 했어야 말이지. 실제로 내가 대출을 했어야 말이지. 그런 것들은 까다롭고 그렇잖아요. 물론 노력하는 건 알아요 다 어려운 시절에. 근데 실제로 우리 피부에 와 닿아야 말이지. 닿지를 않는데…."

▶ 인터뷰 : 남대문시장 상인
- "지금 보시다시피 손님들이 있을 시간이거든요. 그런데 손님이 매장에 한 분도 안 계세요. 우리가 출근하면 8층에만 60여 분이 계시는데 개시를 한 분이 더 없어요. 다 공치고 가요. 너무 이건 말로 힘든 게 아니고 있을 수가 없을 정도예요."

여기가 남대문시장 메인거리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상인 반 사람반입니다. 그마저도 제가 몇 명이 있는지 직접 셀 수 있을 정도입니다. 여기는 시장에 오면 줄 서서 먹는 곳인데요. 그런데 오늘은 보시는 그대로입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직접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남대문시장 상인
- "아주 요즘 힘듭니다. 보시다시피 여기 앞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서서 먹는 자린데, 지금 뭐 길 한복판인데도 한산합니다."

우리 시장은 방역 소독을 와료했습니다. 안심해도 되는 클린존이라고 시장 곳곳에 알리고 있지만 사실 시민들을 안심시키기엔 역부족입니다.

▶ 인터뷰 : 전영범 / 남대문시장 상인회 회장
- "초기만해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오셔서 위로도 해주셨고, 최근에 서울 구로도 콜센터 쪽에 터지면서 심각하게 줄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유령처럼 있습니다."

시장에 나와도 월세는커녕 교통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이렇게 아예 문을 닫은 곳도 있습니다. 한곳이 아니고요. 이 집도 그다음 가게도 문을 닫았습니다.

【 앵커멘트 】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훈훈한 소식도 들린다고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여기가 남대문시장 상가 중 한 곳으로 삼익 패션타운인데요.

여기에 800명이 넘는 일반점포 상인들이 있는데, 이들이 모두 이번 달 임대료를 안내도 됩니다. 3,4월분 관리비도 50%만 내면 됩니다.

점포주들이 안 받겠다고, 뜻을 모은 겁니다.

그 규모가 약 4억 원입니다.

어떤 마음에서 이런 통 큰 결정을 했는지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VCR2 】
▶ 인터뷰 : 김성필 / 삼익패션타운 상인연합회 회장
- "저희 상가 상인들이 800여 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너무 힘들어서 점포주님들께 임대료 인하를 부탁을 드렸는데 흔쾌히 해주셔서, 관리회사에도 관리비 인하를 부탁했습니다. 상인들이 조금이라도 장사를 해 나갈 수 있게끔 힘을 실어 주십사 했는데 또 흔쾌히 해주셔서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신웅렬 / 삼익패션타운 점포주 대표
- "제가 남대문에 한 45년~50년 동안 근무하는 중에 사스, 메르스, IMF 때보다도 너무너무 어렵고 절실한 상인들…. 위기감을 느끼고 어렵다는 것을 내가 실제로 느끼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임대료 인하에 동참했습니다. 주위에서는 20% 등 삭감하는 걸로 했지만, 우린 좀 더 통 크게, 상인들의 기도 세우고 상생하는 의미로 한 달 면제하는 것을 결정했고 점포주들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 인터뷰 : 박인순 / 삼익패션타운 관리회사 대표이사
-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어서 우선 대표이사와 임직원들 급여를 자진적으로 반납했고, 나머지 예산 중에서 쥐어짜서 불필요한 예산은 안 쓰고, 밥 먹을 돈으로 라면이라도 먹고, 라면 먹을 돈으로 김밥이라도 먹고 해서…. 상인, 점포주, 회사가 합심하는, 이런 모범사례가 전국적으로 퍼져서 같이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앵커멘트 】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남대문 시장에서 유호정 기자였습니다.
[uhojung@mbn.co.kr]

영상취재 : 이동학 기자
영상편집 : 양성훈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