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령환자 생명위협하는 희귀혈액암 `다발골수종` 초기 치료 중요
입력 2020-03-20 14:55 

오는 30일은 세계 골수종의 날이다. 고령 혈액암이라 불리는 다발골수종은 일반 질환에 비해 희귀하고 사회적 인지도가 낮은 병이다.
대다수 환자들은 다발골수종 진단이 내려지면 들어본 적이 없어 두려워하기 쉽다. 막상 치료를 하더라도 재발 위험이 높고 반복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국제골수종재단(IMF)은 질환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키고 환자들의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고취시키기 위해 다발골수종 행동의 달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다발골수종은 백혈구의 한 종류인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분화 증식하는 혈액암으로 림프종, 급성백혈병 다음으로 발생한다. 골수에서 악성 형질세포가 과다 증식해 뼈를 침윤하게 되며 신장기능이 저하되고 면역결핍, 조혈장애 및 고칼슘혈증 등을 초래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17년 국내 다발골수종 발병 환자는 1,543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0.7%를 차지해 흔한 암종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다발골수종 발생률이 30년간 30배 이상 증가해 위협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발골수종의 발병 요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로 고령층에서 발병한다. 2017년 국내 다발골수종 발병 환자 연령대는 70대가 33.2%로 가장 많았고 이어 60대가 30.3%, 50대가 17.2%를 차지했다. 앞으로도 고령화와 평균 수명 연장으로 인해 다발골수종 환자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다발골수종의 5년 상대생존율은 다른 암에 비해 결코 높지 않으며 투병과정 중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5년 상대생존율은 일반인과 비교해 암 환자가 5년간 생존할 확률을 뜻하는데, 보건복지부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3~2017년 다발골수종의 5년 상대생존율은 43.3%을 기록했다.
하지만 다발골수종 증상은 고령층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연령에 따른 신체증상들과 비슷해 알아차리기 어렵다. 다발골수종의 주요 증상은 골절, 빈혈, 신기능 이상, 뼈 통증, 과칼슘혈증 등이다. 따라서 고령층에서 설명할 수 없는 빈혈이나 신기능 이상, 뼈 통증 등이 있으면 정밀 혈액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그러나 증상이 나타나기 전 일정기간 무증상 기간이 먼저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 없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많아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함께 관심이 필요하다.
◇다발골수종 환자들 완치 어렵고 재발까지 잦아 첩첩산중
환자들은 진단이 확정되는 대로 최대한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치료는 주로 전신항암치료와 증상에 대한 지지요법으로 진행된다. 항암치료는 가장 기본적인 다발골수종 치료법으로,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수명 연장에도 도움이 된다.
1차 항암치료 시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은 자가 조혈모세포이식 가능 여부다. 현재 국내 이식 보험급여는 다발골수종 주 연령층인 70세 이하로 한정되어 있어 이식 대상군과 비이식군으로 구분되어 치료가 진행된다.
다발골수종 환자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재발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다발골수종은 혈액암 특성상 유전적으로 복잡하고 이질적인 질환으로, 항암치료 진행과정 중 일시적으로 호전되다가 항암제 내성이 발현되면서 재발이 반복된다. 설령 1차 치료를 통해 완전 관해를 달성하더라고 대부분의 환자에서 질환이 다시 재발하고 2차 치료 후에도 같은 과정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다발골수종 선행 항암치료에 실패할 때마다 보통 이전과 다른 치료 방법을 시행한다. 재발된 후 치료법을 결정할 때에는 환자 연령과 기존 병력 및 치료법, 이전 치료법에 따른 반응, 신장 기능, 질병의 공격성 등 여러 임상적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
◇반복되는 재발, 초기 적극적인 치료가 장기간 관리의 핵심
선행 항암치료에 실패를 거듭할수록 후속 치료에 대한 반응률과 반응 지속 기간이 단축돼 환자들은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치료 차수가 진행될수록 치료가 조기에 중단되거나 사망률이 높아져서 다음 치료 단계로 넘어가는 환자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다발골수종 환자들에게 초기 재발이 발생하였을 때부터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재발환자들은 높은 후속 재발 반복 위험을 고려해 질환으로 인한 증상을 완화하고 최대한 생존기간을 연장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즉 최소한의 독성으로 조기에 무진행 생존기간을 연장시켜 장기간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영위하는 것이 다발골수종의 궁극적인 치료 목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치료 효율이 우수한 항암제를 활용하여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다발골수종 일차 재발 후 생존기간을 크게 연장시키는 고무적인 치료 옵션들로 건강한 삶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최근 발표된 임상연구들에서 카르필조밉, 익사조밉, 다라투무맙 및 엘로투주맙 등 신약 병용요법들이 생존기간을 연장하고 삶의 질까지 개선시키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다발골수종 환자들은 암의 진행으로 인한 정신적 및 신체적 기능 감소, 통증 발생 등으로 인해 삶의 질이 저하되므로 관심을 갖고 해결방안을 꾸준히 모색해야 한다. 또한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 경험하는 부작용과 이로 인한 신체 후유증들을 파악해 고통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민창기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재발이 반복될수록 후속 치료의 효과가 현저히 저하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치료 전략을 세워 장기적으로 질병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좋은 효과를 보이는 항암제가 많이 개발되었고, 특히 고령의 재발한 환자들도 생존기간을 연장시키는 항암치료방법들을 통해 오랜 기간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영위하는 것이 가능하니, 단념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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