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일 中코로나 생방송…`백악관BJ` 트럼프, "정부가 민간기업 지분 인수할 수도"
입력 2020-03-20 11:46  | 수정 2020-03-20 12:04

최근 백악관에서 거의 매일 `생방송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정부가 민간 기업 지분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언급을 하고 있다. [출처 = 백악관 영상 캡처]
코로나19 국면에서 거의 매일 '생방송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부가 민간 기업 지분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언급을 해 국제 사회 눈길을 끌고 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중심으로 정부가 '국유화' 카드를 꺼내들자 '각자도생(self-help)' 원칙이 우선인 미국에서도 정부가 직접 민간 기업 살리기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 배경이다. 유럽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달 들어 부쩍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 (COVID-19)가 퍼지면서 실물 경제도 급속히 마비되는 중이다. 기업 도산과 대규모 해고 움직임도 따르는 모양새다.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 참석해 '민간 기업 위기를 돕는 차원에서 정부가 지분 인수에 나설 계획이 있느냐'고 묻는 기자 질문에 대해 "그렇다. 정말로 그렇다(I do. I really do)"고 답해 관심을 끌었다고 현지 CNBC와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전했다.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대상 기업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현지 언론은 델타·아메리칸·유나이티트 항공 등이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미국 주요 항공사들은 줄도산 위기에 처하자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소 500억 달러의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고, 대통령이 16일 브리핑에서 "100%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미국에 공장을 지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면서 "기업들이 몇 년 간 자사주 매입(buy back) 등 뭔가를 해왔다. 돈을 위해 한 일이 전부 그들 잘못만은 아니다"고도 말했다. CNBC는 이 발언이 자사주 매입을 한 기업이라도 코로나19 판데믹 탓에 경영난에 빠지면 정부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항공 산업을 도울 것이다. 크루즈(유람선) 산업도 도울 것이다. 아마도 호텔 산업도 도울 것이다"고 강조했다.
`오마하의 투자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이 지난 달 27일 사들인 델타 항공의 경우 지난 달 27일 주가가 1주당 48.19달러였는데 이달 19일에는 21.51달러로 55.36%폭락해 반토막 난 상태다. [출처 = 델타항공·CNBC]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질의 응답을 하기 전에는 "나는 지금 상황(코로나19 대유행)에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회사들을 연방 정부가 돕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막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연방 정부가 지분을 정부가 인수하는 방안에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델타·아메리칸·유나이티트 항공은 지난 5년 간 총 39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해온 업체들이라고 CNBC는 전했다. '오마하의 투자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이 지난 달 27일 사들인 델타 항공은 당시 주가가 1주당 48.19달러였는데 이달 19일에는 21.51달러로 55.36%폭락해 반토막 난 상태다.
'끝없는 급락'으로 글로벌 투자자들 관심을 끌고 있는 미국 대표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도 정부가 지분 매입을 해서라도 구제에 나설지 관심사다. 유럽 에어버스와 함께 전세계 항공기 제조업 양대 축을 이루는 보잉은 2018~2019년 '737max기종 추락사건'에 겹쳐 유동성 위기를 맞은 상태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잉이 주주 배당금을 낮추고 직원 정리해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19일 전했다. 앞서 11일 데이비드 캘훈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주문 취소가 이어지는 등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 달 은행에서 대출받기로 한 138억달러 중 추가로 남은 금액을 전부 인출할 것이며 당분간 신규 고용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년 전인 3월 20일 주당 376.16달러였던 보잉 주가는 19일 97.71달러에 거래돼 1년 만에 74.18% 폭락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19일 "지금 당장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정부가 회사 지분을 사들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각자도생' 식 자본주의가 자리잡은 미국에서 기업도 정부가 나서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의 지원을 꺼린다는 게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의 분석이다.
미국에서 정부가 기업 지분에 관여한 사례는 '일자리 대란'이 예상되는 경우였다. 대표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재임 2001년 1월 20일~2009년 1월 20일)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2009년 1월 20일~2017년 1월 20일)이 '대규모 정리 해고 불안'을 이유로 미국 3대 자동차 제조업체 GM(제네럴모터스)지분 인수 작업에 나선 바 있다.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하자 2009년 연방 정부가 500억 달러 규모 공적자금을 들여 GM 지분 61%를 매입한 바 있다. 당시 구제금융으로 연방 정부가 GM을 사실상 소유했고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0년 11월 GM은 뉴욕 증시에 다시 상장해 재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연방 정부는 GM지분이 없다.
세계 각국에서는 코로나19 판데믹 탓에 당장 하늘길이 막한 항공사들 위기가 우선 부각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16일 국적기 알리탈리아 항공 국유화를 선언한 바 있다. 알리탈리아 항공은 지난 1946년 국영회사로 출발했었고 이번에 경영난에 빠지자 정부가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해 51%를 보유해왔었다. 프랑스에서는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이 연일 국유화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코로나19 판데믹으로 도산 위기에 빠진 에어프랑스-KLM 항공을 비롯해 르노 자동차 등이 관련 업체로 거론된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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