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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없는 청백전 매도 아픈 법…정신 번쩍 든 유희관
입력 2020-03-20 00:00 
두산베어스 유희관은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2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KBO리그 개막일도 모르고 치른 청백전에 큰 의미가 있지 않다. 그렇다고 아무 짝에 쓸모없는 건 아니다. 유희관(34·두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매를 맞았더니 너무 아팠다.
유희관은 지난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청백전에서 백팀의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결과는 2이닝 5피안타 1피홈런 1볼넷 3실점. 1회와 2회 모두 2사 후에 한 방을 맞았다.
특히 1회 2사 1루에서 김재환에게 121km 슬라이더를 높게 던졌다가 홈런을 허용했다. 외야 가운데 펜스를 넘기는 비거리 125m 아치였다.
유희관은 잠실구장에서 허용한 홈런 중 가운데 펜스를 넘어가는 타구는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진짜 (김)재환이가 동료여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환이가 그 홈런을 계기로 (지난해 부진을 털고) 올해는 좋은 활약을 펼쳤으면 좋겠다. 내 덕분에”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김태형 감독은 청백전을 마친 후 딱히 점검할 게 있냐”라고 했다. 준비과정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선수들이 집중력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쓴맛을 본 유희관도 반성하는 계기로 삼았다. 이날 유희관의 장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속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공을 81~126km 속도로 던졌다. 그러나 제구가 안 됐다.
유희관은 상대 타자가 아니라 나만 신경 쓰고 공을 던졌다. 그렇지만 공이 높고 몰렸다. 그래서 홈런도 맞고 연속 안타도 허용했다. 3차 스프링캠프를 온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마음을 다잡았다”라고 밝혔다.

김재환과 호세 페르난데스는 유희관을 상대로 각각 한 방씩을 때리더니 기뻐했다. 청백전치고는 과한 세리머니였다. 딱 봐도 누구를 겨냥한 지 알 수 있는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유희관은 내가 내부적으로 적이 많은 편이다”며 껄껄 웃으면서 다음에 만나면 어떻게든 갚아주겠다”라며 빈볼을 던져볼까”라고 웃었다. 부상 방지가 최우선인 청백전에서 위험한 공을 던질 리가 없다. 유희관의 빈말이다.
두산은 21일부터 청백전을 다시 시작한다. 다음 주에는 네 차례(23·25·27·29일) 청백전이 예정돼 있다.
유희관도 다시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이번에는 달라진 투구를 펼치겠다고 의욕을 보이면서도 천천히 걸어가겠다고 했다.
체중을 94kg까지 감량한 유희관은 스프링캠프부터 차근차근 몸을 만들었다. 서두르지 않았다. ‘마라톤을 하듯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유희관은 정규시즌 개막일을 확정하면, 그때부터 컨디션을 끌어올리면 된다. 지금은 조금씩 페이스를 끌어올리려고 한다. 많은 공부가 된 만큼 앞으로 더 좋은 투구를 펼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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