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원화값 급락에 항공株 추락, 유가 폭락에 정유株 검은 눈물
입력 2020-03-19 17:46  | 수정 2020-03-19 21:53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글로벌 증시가 패닉에 빠진 가운데 항공주와 조선·정유주 등 국내 대형주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쇼크로 산업별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데다 원화값과 유가가 동반 급락하면서 이에 따른 충격파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우선 주요 산업군 중 가장 하락률이 컸던 종목은 항공주다. 19일 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대비 이날 하루에만 대한항공은 24.86%, 제주항공은 27.54% 하락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9.94% 하락해 하한가로 장을 마무리했다.
안 그래도 악재투성이였던 항공주는 이날 원화값 급락 직격탄까지 맞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일 종가보다 40원 급락했다. 원화값이 1280원 선까지 밀린 것은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7월 14일(1293.0원) 이후 처음이다.
원화값 하락은 항공업계에 치명적이다. 항공업계의 부채비율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 등은 항공기를 빌려 쓰는 리스 방식을 사용하고 항공기 운용리스 비용은 작년부터 부채로 인식되고 있다. 원화값이 하락하면 달러로 결제되는 리스비용이 커지고 부채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코로나19로 각국이 문을 걸어잠그면서 항공편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대한항공 리스 운용비율은 아시아나항공이나 제주항공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비행기가 놀고 있는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부채비율 상승은 기한이익상실을 초래할 수 있는 트리거"라면서 "5월까지 현 상황이 지속되면 전 세계 항공사가 부도난다는 말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라고 밝혔다.
유가 급락은 정유주와 조선주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0.37달러로 전날보다 배럴당 24.4% 폭락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전일 대비 19.18% 떨어진 5만7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정제마진은 정유사들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유가 급락으로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한다면 정제마진은 감소한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 우려도 불거졌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유·화학주에서 대형주들이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며 "18일 유가가 급락하면서 정유업계에 대한 손익 방향이 예측되자 주가가 많이 하락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현재 원유 수요 자체는 금융위기 이후 최악 수준으로 봐도 될 것"이라면서 정유 업황 개선 시점을 3~4분기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GS칼텍스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낮췄다고 이날 밝혔다. S&P는 GS칼텍스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부여했다. S&P는 이날 "유가 변동성이 높아 GS칼텍스의 올해 영업수익성은 크게 저하될 것"이라며 "내년까지 진행하는 대규모 설비 투자로 앞으로 2년 동안 현금 흐름과 재무지표가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주도 마찬가지다. 유가가 낮으면 조선업계의 큰 먹거리 중 하나인 해양플랜트 발주는 자취를 감추게 된다. 해양 석유 시추는 육상 석유 시추보다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그러나 20달러 수준의 유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해양플랜트 발주는 올해에도 또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동헌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 급변동으로 조선주들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주도 주가 급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날 주가가 26.19% 떨어졌다. 환율이 상승하면서 달러 표시 채권을 가진 CJ제일제당의 크레디트 우려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심지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차입금 비율이 높은 업체들이 크레디트 리스크 때문에 주가가 더 빠지는 부분은 확실히 있다"고 말했다. 다만 CJ제일제당의 경우 크레디트 리스크를 크게 우려할 만한 부분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과도한 우려감으로 주가가 급락했다는 것이다.
철강주도 원화값 하락의 피해를 보고 있다. 철강주는 원화값이 하락하면 원자재 비용이 느는 반면 수출은 좋아지기 때문에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이 동시에 작용한다. 그러나 현재는 전 세계의 산업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여 원자재 부담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는 업황은 좋은데도 여전히 외국인의 '셀코리아' 여파에 주가가 연일 하락 중이다. 이날 국내 시총 1·2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5.81%, 5.61% 하락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서버용 D램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면서도 "계속해서 지금 상황이 이어지면 반도체 수요 자체가 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제윤 기자 / 김규식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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