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마용성 84㎡도 속속 종부세…강북 1주택자도 세금부담 껑충
입력 2020-03-19 17:38  | 수정 2020-03-19 20:32
서울 마포구 래미안푸르지오 전경. 이 단지 전용 84㎡ 보유자는 지난해에는 재산세 245만원만 내면 됐지만 올해는 종합부동산세 49만원이 추가돼 보유세를 총 368만원 내야 한다. [매경DB]
"코로나로 경제가 안 좋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데 세금까지 더 내라고요? 서울에 집 한 채 가지고 있는데 왜 제가 '부자 세금'을 내야 하나요."
19일 서울 왕십리에 사는 직장인 김 모씨(45)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열람한 후 한숨을 푹 내쉬었다. 김씨가 거주하는 하왕십리동 센트라스(전용 84㎡) 공시가격이 7억3000만원에서 9억1400만원으로 25%가량 뛰면서 올해부터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할 처지가 됐다. 종부세를 계산해보니 250만원가량이 나왔다. 코로나19로 경제위기까지 겹쳐 가계 살림이 팍팍한데 200만원 넘는 지출은 김씨에게 큰 부담이다.
그는 "당장 생활비에서 이 돈을 어떻게 충당해야 할지 걱정"이라면서 "요즘처럼 서울 웬만한 아파트가 10억원 하는 시대에 나 같은 서민도 종부세 대상이 된 것은 아이러니하다. '부자 세금'이라는 애초 법 취지에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시가격 9억원. 정부가 고가 주택을 소유한 '집부자'로 보는 기준이자 부유층을 타깃으로 한 종부세 과세 기준이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종부세가 도입된 후 한때 "나도 종부세 한번 내보는 게 소원"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유행했다. 상위 1~2%를 타깃으로 한 종부세 납부 대상이 되려면 강남 중대형 주택 정도는 보유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젠 상황이 변했다.
올해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아파트가 급증하면서 '종부세 그물망'은 전용 84㎡로 대표되는 강북 30평형대 아파트로 좁혀오고 있다. 마포·성동·광진·강서 등 비강남권 지역에서도 종부세 대상 아파트가 쏟아지고 있다.

올해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되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은 서울에만 총 28만842가구로 지난해 20만3174가구보다 38.2%나 증가했다. 이 중 강남 3구가 20만5871가구로 73%를 차지하는데, 반대로 말하면 27%는 비강남권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서대문구에서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이 지난해 107가구였지만 올해는 1258가구로 10배 이상 늘었다. 강서구도 13가구에서 494가구로 증가했고, 동작구는 867가구에서 2988가구로 늘었다.
시가 9억원 이상 주택이 늘면서 개별 자치구에서 고가 주택 비율도 올라갔다.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아파트는 성동구에서 13%(9635가구), 마포구에서는 7%(7030가구)까지 올라갔다.
종부세 아파트는 서울 각지에서 쏟아지고 있다. 강서구 마곡엠밸리(전용 114㎡)는 지난해 공시가격 8억2400만원에서 9억900만원으로 뛰었다. 영등포구 아크로타워스퀘어(84㎡)도 7억7400만원에서 9억6100만원으로 '공시가격 9억원'에 진입했다. 신축 아파트인 서대문구 이편한세상신촌(84㎡)은 지난해 처음으로 등기가 나면서 첫 공시가격이 9억8300만원으로 바로 종부세 대상이 됐다.
동작구 흑석한강센트레빌(84㎡)도 지난해 8억4000만원에서 9억300만원으로 공시가격이 뛰었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성동구 왕십리 센트라스 등 기존 강북권을 대표하는 아파트의 전용 84㎡도 일제히 공시가격 9억원대를 넘어섰다. 대부분 서울에서 흔히 중산층이라고 부르는 샐러리맨 가족이 거주하는 중간 평형대 아파트 단지다.
올해 처음으로 종부세 대상이 된 흑석한강센트레빌에 거주하는 주부 박 모씨(39)는 "2년간 집값이 올랐다고 하더라도 팔 게 아니기 때문에 실현되는 이익이 아니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세금만 늘고 있다"고 푸념했다.
종부세 대상자들의 세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첫 종부세 대상이 된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보유자는 지난해에는 재산세 245만원을 내면 됐지만 올해는 종부세 49만원이 추가돼 보유세를 368만원 내야 한다. 내년에도 종부세가 62만원으로 늘어나 보유세는 400만원을 훌쩍 넘긴다. 래미안푸르지오에 사는 정 모씨(41)는 "종부세는 비싼 주택에 사는 만큼 세금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담하는 법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종부세 대상이 될지 상상도 못했다"면서 "웬만한 서울 집값이 10억원이 넘는 상황에서 종부세 9억원 기준은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는 과표 산출 때 곱하는 '공정가액비율'까지 높여간다는 계획이어서 이중 삼중으로 종부세 대상자를 괴롭히며 세금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종부세는 고가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 부담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2005년 도입됐다. 담세(擔稅·세금 부담)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내라는 게 취지다. 도입 당시 공시가격 9억원은 시세 16억원으로, 이 정도 가격대 주택은 대부분 강남 3구에 몰려 있었다.
[손동우 기자 /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