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푸르덴셜생명 본입찰…"1조도 비싸" 말나온 까닭은?
입력 2020-03-19 17:33 
푸르덴셜생명 매각 본입찰에 금융지주사와 대형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등 원매자들이 상당수 참여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저금리 기조로 인수 가격은 매각 희망 가격보다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푸르덴셜생명 본입찰에는 전략적투자자(SI)인 KB금융지주와 재무적투자자(FI)인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참여했다. 우리금융지주는 IMM PE에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형태로 이번 딜에 참여했다. MBK파트너스는 막판 참여 지속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측은 이날 본입찰 마감 이후 참여하는 후보에도 참여 기회를 열어둔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본입찰 이후 개별 인수 후보와 별도 협상을 진행하는 프로그레시브 방식(경매호가 입찰 방식)으로 딜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푸르덴셜 인터내셔널 인슈어런스 홀딩스는 골드만삭스를 매각 주간사로 선정해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 매각 딜을 진행 중이다.
기존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원매자들 중 유력 후보들이 본입찰에도 참여하면서 푸르덴셜생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IB 업계에서는 실제 매각 가격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푸르덴셜홀딩스는 당초 지분 100% 기준 3조원 수준의 매각가를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시장에선 2조원 안팎이 적정 가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최근 연이은 금리 인하로 '제로금리' 상태에 접어들면서 최종 인수 가격은 1조원 이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기준금리 하락은 생명보험사 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보통 생명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그만큼 운용자산이익률이 하락하게 된다. 특히 푸르덴셜생명은 경쟁 업체와 비교해 과거 고금리 시절 계약을 맺은 금리 확정형 상품 비중이 높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금리 확정형 보장성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해 성장세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한국신용평가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의 금리 확정형 상품의 비중은 94.3% 수준이며 평균 적립이율은 5.28%로 금리 위험 부담이 크다. 적립이율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적립금의 평균 이자율을 뜻한다. 이에 반해 보험료 등을 굴려 얻는 수익인 운용자산이익률은 3.87%에 불과하다. 업계 평균인 3.64%에 비해서는 높지만 내부 적립이율과 비교하면 약 1.41% 낮다. 푸르덴셜생명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 국공채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금리 위험을 완화하고 있지만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거나 추가 인하가 단행될 경우 실적 전망은 더욱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푸르덴셜생명에 관심을 보여온 원매자들은 높은 자산건전성과 인수 이후 경기 회복에 따른 금리 인상을 투자 포인트로 인수전에 임해왔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 장기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KB금융지주는 물론 중장기 투자로 수익을 노리는 PEF 운용사에도 인수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우람 기자 / 박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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