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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30돌 맞은 `배철수의 음악캠프`, DJ 배철수라 가능했다
입력 2020-03-19 15:23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역사적인 방송 30주년을 맞았다. 배철수였기에 가능한, 라디오 역사에 길이 남을 의미 있는 이정표다.
1990년 3월 19일 첫 방송을 시작한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장장 30년 동안 청취자를 만나왔다. 장수 라디오 프로그램 대부분이 토크 중심의 프로그램임을 감안할 때, 음악 채널에서 그것도 팝송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서 30년 동안 이어왔다는 것은 가히 라디오 역사 전무했던 '족적'을 남겼다.
배철수라는 DJ 한 명이 단 한 차례 변동도 없이 30년간 프로그램을 맡아온 점을 비롯해, 최장수 게스트(임진모), 최장수 작가(김경옥), 국내 라디오 최다 해외 아티스트 출연(280팀) 등 다양한 기록을 세워왔다.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진행된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는 배철수, 임진모, 김경옥 작가, 김빛나 PD, 조성현 PD, 배순탁 작가가 참석했다.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봉춘라디오 유튜브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이날 배철수는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30년이 됐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이어 "너무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시고, 이런 저런 일들을 하고 있다 보니 쑥스럽다"고 말했다.
배철수는 "내가 워낙 음악을 좋아하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서 좋은 음악 들으며 매일 행복하게 지냈는데 그게 30년 됐다고 이렇게 큰 축하를 해주시니 감사하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으나 그만 두는 날까지 재미있게 계속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1995년 '배철수의 음악캠프'와 인연을 맺고 2000년대 이후 계속 프로그램과 함께 해 온 임진모는 "항상 생각하는 게, 참 오래했다 좋은 재능과 인품 가진 사람이 많을텐데 내가 복이 많아서 이렇게 오랫동안 '배캠'에 출연한다고 생각한다. 그 점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정도 한 것도 기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경옥 작가는 "나도 30년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은데, 별로 한 일이 없는데 30년까지 같이 온 게 꿈만 같다. 내가 잘 한 것보다 입지가 훌륭해서 30년이 너무 쉽게, 즐겁게 순식간에 잘 지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현 '배철수의 음악캠프' 연출자 김빛나 PD는 "운이 좋아 작년 3월 8일 프로그램 들어와 30주년 같이 하고 있다. 이전에 서른 분 정도 계셨을 것이고 앞으로도 많은 PD들이 오겠지만 앞으로도 청취자들이 프로그램 잘 지켜주실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조성현 PD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배캠'을 듣고 자랐다. 입사 후 멀리서 배철수를 보면서 꿈을 이뤘다 생각했는데 함께 하고 있으니, '성덕'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배철수는 청취자에 대한 깊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배철수는 "1990년 방송할 땐 나도 나름 청년이었기 때문에, 락밴드의 일원이었고 좌충우돌 살던 시기라서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내가 잘 하니까 캐스팅한 거겠지' '내가 음악도 많이 알고, 디스크자키로서 괜찮아'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하루이틀 사흘, 1년 2년 3년 지나다가 어느 순간부터 보니 그게 아니더라. 라디오 프로그램이라는 게, 청취자들이 안 계시면 아무 것도 아니구나 싶더라. 청취자가 없으면 존재 가치가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때부터는 우리 프로그램이 청취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라는 자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별 거 아니다, 임진모도 별 거 아니다, 청취자들이 최고다. 함께 해주신 청취자들께, 의례적인 말이 아니고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가까이서 지켜본 DJ 배철수의 모습은 어떨까. 김 작가는 "사실 매일 보던 사람이라 뭐가 달라졌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김 작가는 "하지만 30년 전 것을 지금 들어보면 다들 깜짝 놀란다. 날티 난다고. 그 땐 날티나는 게 좋았고, 지금은 굉장히 믿음이 가는 목소리가 좋다. 나에게 어떤 변화를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말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게, 질투나는 일이긴 한데 참 좋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김 작가가 한 단어로 표현한 배철수는 '느티나무'라고. 김 작가는 "10년 되던 순간부터 배선배가 느티나무 같다. 봄 되면 잎 나는 거 보고, 여름에 그늘에서 잘 쉬고, 가을에 낙엽 지는 거 보고 겨울에 잘 쉬고. 배선배가 늘 든든한 느티나무 같이 있는 상황에서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느티나무라 하겠다"고 말했다.
임진모는 배철수만의 '매력'에 대해 언급했다. 임진모는 "배철수는 참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매력이 있다. 그래서, 어떨 때는 배철수 씨의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도 은연중에 따라하게 되고, 어떨 때는 나도 그런 영향 속에서 했던 것도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매력을 뭐라 풀이할 수 없는데, 매력이 있다. 배철수의 진행은 지루하지 않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능한 분인데 그것도 매력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30주년 기념 첫 프로젝트로 지난달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영국 BBC 마이다 베일 스튜디오에서 ‘Live at the BBC 특별 생방송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배철수는 "첫번째로는 좋았고, 두번째로는 외국인 엔지니어과 함께 작업하면서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참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BBC까지 가서 방송을 할만큼 이 프로그램이 인정 받은 게 너무 기뻤다"면서 "30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해온 게 자랑스러웠다"고 밝혔다.
배철수는 또 "런던에서도 팬 분들이 기다렸다"며 "생방송이 끝나고 아침 11시에 나오다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국에 맞이한 잔치를 앞두고, 청취자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뜻도 전했다. 배철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이 힘들어지신 모든 분들께 힘내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때문에 굉장히 힘드실 텐데 30주년 잔치를 하게 돼 기쁘면서도 송구하다"고 덧붙였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30주년을 맞아 오픈 스튜디오 등 청취자와 만나는 시간을 보내려 했으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준비했던 다양한 프로젝트가 불발됐다. 다만 3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공식 티셔츠를 굿즈로 제작, 판매했다.
김빛나 PD는 "우리끼리 아쉬움이 남아 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45분 만에 완판됐다"면서 "추가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판매 수익금은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극빈층을 위해 '배철수의 음악캠프' 명의로 전액 기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배철수의 음악캠프' 생방송은 오후 5시 30분부터 진행된다. 30분 일찍 시작되며 이례적으로 '보이는 라디오'로 진행된다. 오는 26일과 4월 2일, 2회에 걸쳐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다큐멘터리 더 디제이를 통해 TV 시청자들에게도 지난 30년 여정을 소개할 예정이다.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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