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에 첫 강풍경보 코로나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4곳 중단
입력 2020-03-19 15:20 

봄의 길목에서 불청객처럼 다가온 '태풍급 강풍'에 전국이 난리통을 겪었다. 일부 지역은 순간 최대 풍속이 90㎞(초속 25m)가 넘는 태풍 수준의 바람이 몰아쳐 건물 지붕이나 외벽 자재가 날아가고 가로수가 쓰러지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코로나19 선별진료소도 임시 철거되거나 중단되는 등 운영에 차질을 겪었다. 이날 새벽 강풍주의보가 발령 난 상황에서 큰 불로 번질 것을 우려했던 서울 수락산 정상 인근 산불은 다행히 불이난지 5시간 만에 완전 진화됐다.
19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대 순간 초속 25m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었다. 설악산이 위치한 강원도 양양은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32.5m도 넘을 정도였다. 초속 25~35m 수준의 바람이 불면 사람이 걷기가 힘들고 가로수가 뽑히고 담벼락, 선간판, 아파트 외장재 등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이날 전국에 강풍특보를 발효했고 서울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강원 산지에 내려진 강풍주의보는 강풍 경보로 격상했다. 서울에서 강풍경보가 발효된 것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지난 1999년 이후 처음이다. 강풍경보는 육상 풍속이 초속 21m 이상이거나 순간 풍속이 초속 26m 이상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윤기한 기상청 대변인은 "태풍으로 인해 강풍이 불 때는 태풍특보를 내린다"며 "태풍 없이 강풍경보만 내려진 건 서울의 경우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갑작스런 태풍급 강풍에 전국에선 구조물 붕괴, 시민 부상 등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이날 새벽 3시27분께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에선 갑작스런 산불이 발생해 소방, 행정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관계당국은 강풍에 불이 번질 것을 우려해 '대응 1단계(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 출동)'를 발령했고 1500여명의 인력과 소방차 등 장비 55대를 동원해 약 5시간 만에 산불을 진화했다.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수락산 귀임봉 7부 능선 주변 약 660㎡가 불탔다.
대부분이 건물 외부에 천막 형태로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들도 비상이 걸렸다. 실제 이날 강풍으로 전국 선별진료소 1163동 중 20.7%(241동)가 철거됐고, 64.1%(745동)는 단단히 결박하는 조치가 취해졌다. 서울시는 자동차 이동형(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4곳의 운영도 중단했다. 검체 채취 시 바람으로 인한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풍경보가 내려진 경기도에서는 이날 오전 7시39분께 용인시 처인구 마평동의 한 모텔 앞에서 40대 남성이 강풍에 날아온 플라스틱 조각을 얼굴에 맞고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오전 8시6분에는 40대 여성이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한 건물 앞에서 강풍에 깨진 건물 유리창 파편에 맞았고 비슷한 시각 분당구 대장동에서는 강풍에 자재가 쓰러지면서 30대 남성을 덮쳤다. 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에서는 건물 지붕이나 외벽 자재가 날아가는 등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12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도화동 한 건물에서 간판이 추락할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안전 조치를 했다. 또 이날 10시42분께에는 서구 심곡동 상가건물의 샌드위치 패널 지붕이 바람에 날아가 소방당국이 복구 작업을 벌였다. 10시59분께에는 동구 송림동 빌라 건물의 외벽 자재 일부가 바람에 떨어졌고, 11시44분께에는 서구 마전동 건물의 간판이 추락 위험성이 있어 안전조치를 했다. 대전에서는 이날 오전 대전 서구 한 도로의 가로수가 강풍에 넘어졌으나 주변을 지나는 사람이나 차량이 없어 다행히 2차 피해는 생기지 않았다.
이번 강풍은 중국 남부 쪽에서 남해로 지나는 이동성 고기압과 북한 쪽 저기압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샌드위치' 신세가 되면서 발생했다.
[조한필 기자 / 이상헌 기자 / 차창희 기자 / 김금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