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몽구 회장 21년만에 사내이사 물러나
입력 2020-03-19 11:06  | 수정 2020-03-19 11:37
현대자동차 정기 주주총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1년만에 현대차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19일 현대자동차는 제52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일부 변경(사업목적), 최은수 변호사 사외이사 재선임, 김상현 재경본부장 사내이사 신규 선임 등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김상현 재경본부장은 현대차의 수익성 강화와 미래 모빌리티 투자 확대를 담당하며, 정 회장의 사내이사직을 이어받게 됐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이원희 사장, 하언태 사장 등 3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된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1999년 3월부터 현대차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겸직하면서 현대차그룹을 세계 5위 완성차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현장경영과 품질경영을 철학으로 전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유례 없는 고속 성장을 이뤄냈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당시에는 기아차를 인수해 성공적으로 회생시켰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에는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Automotive Hall of Fame)'에 헌액되며 헨리 포드, 토머스 에디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만 82세인 정 회장은 지난 2018년부터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고 공식석상에서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올 들어 정 회장이 현대차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것은 아들인 정 수석부회장에게 힘을 더욱 실어주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다만 현대차 측은 정 회장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지닌 회장이자 미등기 임원으로서 경영을 계속해서 총괄한다며 일각에서 불거진 '세대교체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발표한 '2025 전략'에 발맞춰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정관 내 사업 목적 일부를 변경했다. 이사 보수 한도는 전년과 동일하게 135억원으로 책정하고, 2019년 기말 배당금은 보통주를 기준으로 주당 3000원으로 결정됐다. 지난해 실시한 중간배당까지 포함하면 주당 배당금은 4000원으로 늘어난다. 현대차의 배당금 지급 규모는 총 7904억원 수준이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올해 글로벌 경영환경은 미중 무역 갈등 완화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로 거의 모든 지역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권역별 경영 환경에 따라 판매전략을 차별화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신규 시장 확보를 위한 CKD(반제품조립) 사업 확대를 통해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공적인 신차 런칭을 통한 판매 확대·수익 강화 ▲수익성 개선을 위한 과감하고 근본적인 원가구조 혁신 ▲전동화·모빌리티 서비스 등 미래 사업에 대한 실행 본격화 ▲고객 중심의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 구축 등을 통해 2020년을 미래 시장에 대한 주도권 확보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대차는 열화상 카메라와 비접촉식 체온계로 주주총회 참석자들의 발열 체크를 진행하고, 주주 이동 동선과 일반 직원 동선을 분리하는 등 코로나19 감염 예방 정책을 시행했다. 대기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원하는 주주들은 생중계 TV를 통해 주주총회를 시청할 수 있도록 했고, 주총장 내에는 2~3칸 이상 띄어 앉도록 좌석을 배치했다.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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