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코로나19 확산에 한국인 유학생들 "단체 귀국 준비"
입력 2020-03-19 08:18  | 수정 2020-03-26 09:05

"확진자가 1천명이 넘었는데 영국 거리에서는 아무도 마스크를 안 써요. 유학 중인 대학도 온라인 수업을 한다고 해서 최대한 빨리 귀국하려고요."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에서 유학 중인 23살 이 모 씨는 같은 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귀국 항공편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이 씨는 오늘(19일) "영국에서는 술집이나 카페가 아직도 붐비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매우 부족한 것 같다"면서 "같이 공부하는 한국인들도 '더는 영국에 체류할 이유가 없다'면서 단체 귀국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럽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자 급거 귀국길에 오르는 한국인 유학생이 늘고 있습니다. 한국에 머무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데다, 대학들이 수업과 시험을 온라인으로 대체해 굳이 현지에 체류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파리의 한 대학에서 유학 중인 25살 김모 씨는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온 한국인들이 학기 중간에 돌아가는 경우가 늘었다"면서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모두 휴교령이 떨어졌는데 공원에 몰리는 프랑스인들을 보면 여기가 훨씬 위험하다고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대학들은 2∼8주가량 휴교를 선언했지만,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귀국 여부를 섣불리 정하지 못하는 유학생들도 있습니다. 김 씨는 "학교에서 휴교 기간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면서 "덜컥 귀국했다가 프랑스 국경이 봉쇄되면 돌아오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동양인을 감염원으로 규정하는 인종차별에 대한 걱정도 유학생들의 한국행을 재촉하는 한 요인입니다. 그제(17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는 한국 교민이 괴한에 피습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범행 동기는 조사 중이나 동양인에 대한 혐오 범죄 우려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파리국립예술학교 유학생 이 모 씨는 "사태가 더 악화하면 인종차별이 한층 심해질까 봐 걱정"이라면서 "학업이나 일 때문에 바로 귀국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사태를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귀국행을 택하는 유학생이 늘어 런던과 파리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은 대부분 만석이라고 합니다. 유학생과 교환학생들이 정보를 교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항공편이 결항했는지, 남은 자리가 있는지 등 정보를 나누는 게시글이 부쩍 늘었습니다.

이날부터 귀국하는 유학생들은 정부가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특별입국절차 대상입니다.

유학생들은 공항 입국장에서 모두 발열 검사를 받고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됩니다. 국내 체류 주소와 전화번호를 보건당국에 보고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모니터링도 받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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