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타벅스 휴지라도 팔라"…美 화장지 사재기 불똥 튄 스타벅스
입력 2020-03-18 18:19 
스타벅스 로고 [사진 = 스타벅스 홈페이지]

"드라이브 스루 고객이 커피가 아닌, 화장실 휴지를 살 수 있느냐고 물었다."
"화장실에 있는 휴지 더미를 통째로 도둑 맞았다."
"스타벅스가 커피와 함께 (재고로 쌓아둔) 휴지를 팔아야 한다."
전시에 준하는 미국의 코로나19 비상사태 선포로 최근 심화한 미국 내 화장지 사재기 여파가 엉뚱하게 스타벅스로 옮겨붙었다.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 마트에서 화장지 사재기가 일면서 제때 화장지를 구매하지 못한 일부 시민들이 스타벅스 매장 내 냅킨과 휴지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18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주요 SNS에서는 스타벅스 본사가 북미 매장을 대상으로 내부 매장은 셧다운하고 드라이브 스루 창구만 가동키로 결정한 조치에 대해 불편과 아쉬움을 쏟아내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스타벅스 본사는 지난 15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취지로 매장 내 의자를 모두 치운다고 발표했다.
케빈 존슨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이 '테이크아웃(To go) 모델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매장 내 착석을 중단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도와달라"고 밝혔다. 미국의 스타벅스 매장은 대부분 실내 매장과 드라이브 스루를 함께 가동 중인데 이번 결정으로 실내 매장 이용이 어려워진 것이다.

스타벅스 커피를 즐기며 다른 음식점이나 카페들보다 한결 쾌적하고 넓은 화장실을 즐겨온 소비자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인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국가비상사태 선포 후 대형마트 내 화장지 사재기 움직임이 더욱 심화하면서 SNS 상에서 최근 "우리 매장 내 휴지가 털렸다"는 스타벅스 바리스타들의 글과 사진이 게재되고 있다.
한 바리스타는 자신의 트위터에 "드라이브 스루로 온 고객이 화장지(점보롤)를 팔라고 요구하기에, '한 개에 50달러(한화 6만원)를 받겠다'는 식으로 응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SNS 상에 올라온 글을 종합하면 미국 내 스타벅스 이용은 드라이브 스루 창구를 통한 테이크아웃(To go)과 우버이츠를 활용한 배달 이용만으로 선택권이 좁아지는 흐름이다. 스 냅킨과 스타벅스 내 대량 냅킨 확보는 물론 스타벅스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우버이츠를 통한 스타벅스 배달서비스 모습. [사진 = 스타벅스]
심지어 한 SNS 사용자는 "스타벅스가 커피와 함께 드라이브 스루 고객들에게 냅킨과 휴지를 팔면 소비자도 좋고, 스타벅스도 수익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며 스타벅스 본사가 냅킨과 화장지 재고를 대외적으로 공식 판매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미국에서 왜 화장지 사재기가 가열되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이 중에는 화장지 묶음의 크기가 워낙 크다보니 한 소비자가 한 묶음을 카트에 담은 뒤 진열대가 휑하게 보여 소비자들의 충동구매를 야기한다는 분석이 있다. 만약 이 묶음을 분해해 개별 단위로 판매할 경우 비이성적인 사재기 현상이 훨씬 완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시 미국 시민들이 일자리 단절로 소득이 사라지고 저축한 돈마저 바닥날 가능성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자신의 수중에 달러가 바닥날 경우 이를 대신할 가치 있는 거래수단으로 화장지라도 써야 한다는 식의 심리가 반영돼 있다는 해석이다.
그는 지난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해당 취지의 글과 함께 한 카페에서 커피를 구매한 고객이 점주와 달러가 아닌 화장지를 주고 받는 풍자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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