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해외연기금, 오너 이사회 참여 줄줄이 반대
입력 2020-03-18 17:36  | 수정 2020-03-18 20:22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내 오너 경영인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해외 연기금들이 줄줄이 반대를 표하면서 해당 기업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의결권정보광장에 따르면 브리티시컬럼비아주투자공사(BCI)는 24일 정기주총에서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김 부사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BCI가 제시한 사유는 최고경영자(CEO) 외의 경영진이 이사회 일원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영진에 의해 이사회의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스튜어드십코드센터장은 "CEO야 경영진 중 최고책임자로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이사회 멤버들에게 회사의 상황을 알리고 설득할 수도 있지만 다른 경영진까지 이사회에 들어오면 이사회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생각을 하는 곳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BCI를 비롯한 해외 연기금은 25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에도 반대표를 던질 계획이다. 역시 이사회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제시했다.
BCI는 한화솔루션과 마찬가지로 CEO 외의 경영진이 이사회 일원이 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사유를 제시했다. 플로리다연금(SBAFlorida) 역시 이사회 독립성 침해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김 의장의 재선임안을 반대했다.
당초 카카오는 김 의장과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체제로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해외 연기금은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만으로는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여긴 셈이다.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은 20일 정몽원 한라홀딩스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를 표명키로 했다. 2015년과 2017년에는 찬성표를 던졌는데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미 국민연금공단은 2015년과 2017년 한라홀딩스 정기주총에서 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만도의 한라(과거 한라건설) 우회 지원과 관련해 정 회장에게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특히 2015년 정기주총 때는 약 20개의 기관투자가 중 국민연금만 반대표를 던졌는데 2017년 정기주총 때는 13개의 기관투자가 중 3개가 반대표를 던지면서 반대하는 기관이 늘어나는 추세다.
호텔신라 역시 19일 주총에서 이부진 사장의 재선임안에 해외 연기금의 반대표를 받을 전망이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도 25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현대백화점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재계는 해외 연기금들이 주총 의안에 반대하는 데 대해 어쩔 수 없다면서도 부담스럽다는 의견이다. 해외 연기금의 판단이 국내 경영 풍토는 전혀 감안하지 않는 데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오너의 경영 참여는 장단점이 공존하는데 소유와 경영 분리가 절대가치인 것처럼 우선시하는 해외 연기금의 판단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BCI의 김범수 의장에 대한 사내이사 반대는 카카오 창업주로서 카카오를 시가총액 16위 기업으로 이끈 경영 능력과 성과를 전혀 감안하지 않은 판단이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에 대해서도 태양광 사업을 이끌며 한화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낸 성과는 도외시됐다는 주장이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미국의 경우 차등의결권제도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이란 방패가 있어 창인 해외 연기금도 더 세게 공격할 수 있는 것"이라며 "방어 수단 하나 없는 우리나라를 같은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투명성 강화 요구가 커지는 만큼 기업들이 투명경영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제윤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