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9억이상 아파트값 떨어지는데 공시가 확 올려
입력 2020-03-18 17:19  | 수정 2020-03-18 20:13
코로나19발 국내외 경기침체 우려로 9억원 이상 서울 주요 아파트들이 최근 연달아 수억 원씩 떨어져 거래되는 가운데 이들 아파트 공시가격이 20~30%가량 집중적으로 올라 논란이 예상된다. 공시가격은 올해 1월 1일을 기준으로 산정하므로 최근 시세 변동을 전혀 반영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장기화하면 시세보다 공시가격이 더 비싼 '역전 현상'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속출할 것으로 본다. 보유한 아파트의 현재 가치에 비해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 등을 억울하게 더 낼 수 있다.
18일 국토교통부는 '2020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대해 시세 9억원 이상 아파트(전체의 4.8%)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중점적으로 제고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9억원 미만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은 1.97%에 그친 반면 9억원 이상 아파트는 평균 21.15%나 올랐다.
최근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지역에서는 지난해 말까지 기록한 최고 가격에 비해 2억~3억원 안팎 하락한 급매물이 쏟아지고 최대 5억~6억원가량 급락한 실거래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지난 6일 16억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거래된 21억원보다 5억원이나 급락한 것이다. 10년 넘게 강남에서 '부자 아파트'를 상징해온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면적 164.9㎡도 지난해 12월 31억원에서 지난달 25억8500만원으로 5억원 넘게 실거래가격이 떨어졌다.
문제는 19일 0시부터 열람되는 공시가격이 최근 하락한 시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리센츠 전용 84㎡의 예상 공시가격은 15억8000만원으로 최근 실거래가 16억원보다 2000만원 차이로 좁혀질 전망이다. 타워팰리스의 예상 공시가격도 24억8000만원으로 최근 실거래가와 격차가 1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올해 공동주택 예상 공시가격은 작년 말 실거래가에 국토부가 밝힌 가격구간대별 올해 목표 현실화율을 곱해 계산됐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17일 밝표한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 방안'에서 공동주택의 경우 △시세 9억~15억원은 70% △15억~30억원은 75% △30억원 이상은 80%까지 시세 대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기로 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코로나19가 장기화돼 아파트 가격이 지금보다 더 떨어진다면 시세보다 더 비싼 공시가격 기준으로 올해 각종 세금이 매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강남3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향후 서울 전역에서 나타날 수 있다. 이미 서울 아파트 중간값이 9억원(KB리브온 1월 기준 9억1216만원)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3구에서 시작된 아파트값 하락세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강동구 등으로 옮겨붙고 있다. 마용성의 15억원 안팎 아파트는 12·16 대책 이후 15억원 넘는 아파트 대출금지로 거래절벽이 길어진 데다 코로나19 이후 하락세 조짐을 보인다.
성동구 옥수동의 '래미안옥수리버젠' 84㎡는 작년 말 16억3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 4일엔 이보다 2억원이 떨어진 14억3000만원에 계약됐다. 이 아파트의 작년 말 시세에 현실화율 70%를 적용한 예상 공시가격은 12억2000만원이다. 최근 하락한 시세와 비교하면 현실화율이 85%에 달한다. 강동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84㎡는 지난해 12월 거래된 14억4500만원보다 2억원 가까이 떨어진 12억6000만원에 지난달 거래됐다. 올해 예상 공시가는 10억1000만원으로 최근 시세 대비 현실화율이 80%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 역전현상'이 초래할 조세저항이 우려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최근처럼 주택 가격은 외부 요인에 의해 변동폭이 클 수 있어 공시가격은 시세 대비 70% 이하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