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 시국에 다섯 손가락을 쪽쪽? 결국 광고 내린 KFC
입력 2020-03-18 16:46 
`지금 시국에 이러시면 안됩니다’ 영국 KFC는 지난 달 말 선보인 신규광고에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당분간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사진 출처 = KFC]

"손가락을 쪽쪽 빨 정도로 맛있는걸요! (it's finger lickin good)"
듣기만해도 저절로 군침이 도는 KFC의 이 같은 광고슬로건을 당분간은 볼 수 없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17일(현지시간) 코로나19사태로 고민에 빠진 영국 KFC가 당분간 해당 문구를 광고에 쓰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KFC 대변인 측은 전날 "이 광고를 지금 내보내는 것은 옳지 않을 듯 하다"면서 "정말 자랑스러운 광고지만 지금으로선 잠시 중단하고 추후를 기약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CNBC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먹는 도중 손가락을 핥도록 권하는 영상이 지금 시국에 최선의 조언은 아닐 것"이라며 "(광고 모델들이) KFC의 프라이드치킨을 맛있게 먹은 뒤 탐스럽게 손가락을 빠는 장면은 코로나 사태를 의식해 일시 중단됐다"고 전했다. 지난 달 말 KFC가 이 같은 새로운 광고를 선보이자 150명이 넘는 시민들이 영국 광고표준위원회(ASA)에 분노성 항의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60년 넘은 KFC의 전통 슬로건. "손가락을 쪽쪽 빨 정도로 맛있다!"고 쓰여있다. [사진 출처 = KFC]
'손가락을 쪽쪽 빨 정도로 맛있다'는 캐치프레이즈는 1956년 미국 패스트푸트 업체인 KFC가 만들어 사용해온 유명 문구다. 반세기가 넘도록 140여개국의 전세계 매장에서 기업 브랜드를 대표해왔다. 그러나 최근 유럽 및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온라인 내에서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손씻기를 철저히 하고 개인적인 만남을 자제하라는 위생 수칙을 권고해왔다. 한 시대를 풍미한 기업의 광고문구마저도 코로나19 사태를 피해갈 수 없었던 셈이다.
미국 초콜렛 브랜드 허시도 최근 포옹하는 장면이 담긴 광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사진 출처 = 허시]
그런가하면 미국 초콜렛 브랜드 허시는 최근 야심차게 공개했던 광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영상에는 낯선 사람에게 허시초콜릿을 나눠주면서 포옹을 이끌어내고 악수를 하는 등 제품의 따뜻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자 제품 자체에 초점을 맞춘 홍보영상을 대신 내보내기로 했다. "사람들이 서로 끌어안는 장면을 광고에 넣는 것은 현재로서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CNBC는 전했다. 글로벌 맥주브랜드 쿠어스 라이트도 3월 신제품을 내놓는 과정에서 "재택 근무할때 딱 좋은 맥주"라는 홍보 메시지를 추진하다가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영국 광고표준위원회(ASA)는 지난 3일 시민들에게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마스크 광고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위원회는 자사 마스크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빛의 속도로 퍼지고 있다"거나 "이럴때일수록 정신적인 평화가 중요하므로 마스크를 사야한다"고 부추긴 인터넷 판매업자의 광고를 제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가 잘못됐을 뿐만아니라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 없이 두려움을 발생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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