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노인홀대 논란` 남미 콜롬비아 "70세 이상 노인 강제 격리"…英도 조만간 발표
입력 2020-03-18 14:09  | 수정 2020-03-19 01:05
17일(현지시간) 영국에서는 텅빈 진열대 앞에서 망연자실한 채로 서 있는 흰 머리 할아버지 사진이 SNS를 통해 눈길 끌고 있다. [사진 출처 = 프랭크 부르노씨 트위터]

전세계 피해를 늘리고 있는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특히 고령자들 목숨을 빼앗아가면서 각 국 정부가 '70대 이상 노인 강제 격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나이 든 죄로 밖에 나갈 수 있는 자유마저 박탈당해야 하느냐'는 여론 반발 탓에 선뜻 내기 어려운 정책이다. 다만 상황이 심각하거나 의료 여건이 좋지 않은 각 국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이런 방침을 내는 모양새다.
17일(현지시간)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만70세 이상 어르신 의무 격리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 현지 엘티엠포]
17일(현지시간) 콜롬비아에서는 이반 두케 대통령(43)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핵심은 노인을 집이나 병원 등 요양시설에 강제 격리한다는 것이다. 두케 대통령은 "만 70세 이상 어르신들은 오는 20일 오전 7시부터 5월 31일까지 생필품 구매 등을 제외하고는 집이나 의료 기관에 격리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 가장 취약한 계층이 우리의 할머니·할아버지들"이라면서 "정부가 어르신들에게 필요 최소한 식품과 가정 건강 서비스를 힘 닿는 데로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고 현지신문 엘 티엠포가 전했다.
콜롬비아는 17일을 기준으로 확진자가 총75명이다. 다만 의료 여건이 열악한 상태여서 감염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도 환자 수용 여력이 모자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대통령 비상사태 선언에 따라 콜롬비아 정부는 오는 5월 30일까지 국경(바다·육로·강)을 폐쇄하게 된다. 비행기를 타고 입국한 자국민 뿐 아니라 여행객 등 모든 외국인은 14일 간 격리된다. 또 헌법에 따라 새로운 세금을 매기거나 기존 세금 체계를 수정할 수 있다. 공립 학교도 전부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무기한 폐쇄된다.
14일(현지시간) 영국 ITV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정부가 만70세 이상 고령자들을 앞으로 4개월 동안 집이나 요양원에서 엄격히 격리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출처 = 영국ITV]
앞서 영국에서는 보리스 존슨(55) 총리가 '노인 의무 격리'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영국 ITV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정부가 만70세 이상 고령자들을 앞으로 4개월 동안 집이나 요양원에서 엄격히 격리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14일 전한 바 있다. 영국 정부가 코로나19확산을 막기 위해 '전시 상태에 준하는 태세'에 들어가는 것의 일환으로 앞으로 20일 안에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ITV는 전했다.
이어 15일 맷 핸콕 보건부 장관은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노년층을 포함해 바이러스에 취약한 계층은 자가 격리하도록 계획 중이고 구체적 방안을 몇 주 안에 발표한 예정"이라고 한 바 있다. 당시 핸콕 장관도 "노인 격리는 힘겨운 일이지만 정부로서는 코로나 취약 집단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고 설명했다.
고령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93·사진)도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당분간 수도 런던을 떠나있을 예정이다. [출처 = 게티이미지·타임]
한편 버킹엄 궁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93)이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당분간 수도 런던을 떠나있을 것이라고 17일 전했다. 여왕은 오는 19일 런던을 떠나 일단 부활절 기간 동안 런던 서쪽 버크셔 소재 윈저성에 머무를 계획이다. 윈저성은 버킹엄 궁전, 에든버러 홀리루드 궁전과 함께 영국 왕실 공식 주거지 중 하나다.
한편 영국에서는 텅빈 진열대 앞에서 망연자실한 채로 고개 숙여 장 볼 목록을 적은 듯한 쪽지를 들여다 보는 흰 머리 할아버지 사진이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눈길 끌고 있다. 복싱 코치로 활동하는 프랭크 부르노씨는 트위터를 통해 "사람이 더 서로를 힘들게 만든다. 사재기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도 "암이나 당뇨, 호흡기 질환 등 지병을 가진 고령자들이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로 전세계에서 유독 치사율이 높은 이탈리아(17일 기준 7.98%)도 사망자의 90%이상이 70대 이상 고령층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기준 이탈리아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23%로 세계에서 일본(28.4%)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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