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현대중공업 성과금 선(先) 지급 제안에 노조 반발
입력 2020-03-18 13:59  | 수정 2020-03-18 14:33

노사갈등으로 지난해 임금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현대중공업이 조합원 생계를 위해 성과금을 우선 지급하겠다고 하자 노조가 반발해 파업을 결정했다.
지난 13일 현대중공업은 사내 소식지(인사저널)를 통해 "노조가 동의할 경우 지난해 성과금(약정임금의 193%)을 우선 지급하겠다고 노조에 제안했다"며 "코로나19와 임금협상 장기화로 가계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다수 조합원들의 사정을 감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측이 제시한 성과금은 지난해 과장급 이상 직원(비조합원)들이 이미 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했다. 사측은 이번에 성과금을 지급해도 추후 협상에서 노조와 성과금 지급 기준을 두고 협의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노조(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노조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20일 2시간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노조는 "성과금 지급 기준을 새롭게 만들자는 협상 과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사측이 일방적으로 정한 금액을 지급한다는 것은 노동자 단결을 저해하는 의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은 임금과 무관한 문제를 두고 노사가 갈등을 빚으면서 지난해 임금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해 회사 분할을 결의하는 임시 주주총회 과정에 발생한 폭력 사태로 조합원 4명을 해고하고, 조합원 1400여명에 대해서는 불법파업에 참가한 이유로 사규에 따라 징계했다.
노조는 해고자 복직과 징계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법과 원칙을 이유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지난해 12월 기본급 4만5000원 인상, 격려금 100%+150만원(조합원 평균 358만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거부했다. 사측은 임금 제시안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을 웃도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노조의 이번 파업 결정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는 시점에서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름 전인 지난 6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선언'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는 노동계가 당분간 대규모 집회 등을 자제하고 임단협 시기와 기간 등을 탄력적으로 조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대중공업 노조 내부에서도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파업과 집회를 진행하는 것을 두고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는 "코로나19 상황에 대비해 집회 참가자 전원 마스크 착용, 집회시 개별 간격을 멀리하는 등 감염병 예방 준비를 철저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울산 상공계를 대표하는 울산상공회의소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 결정과 관련해 파업 대신 성실하게 교섭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울산상의는 18일 호소문을 내고, "지금은 노사가 힘을 합칠 때이지 파업으로 허비할 시간이 없다. 아무리 의견이 달라도 감염병 확산과 이로 인한 경제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파업은 자제해야 한다"며 "노사는 성실 교섭을 통해 상생의 모습을 보여 달라"고 밝혔다.
울산상의는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상상도 못할 경제 위기가 눈앞에 와 있다"며 "전 세계가 전시에 준하는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으로 노사갈등이 심화된다면 지역사회 감염 우려와 비상에 걸린 경제 상황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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