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화장지, 코로나에 오염돼 리콜" 가짜뉴스에 美패닉…사재기 몸살
입력 2020-03-18 13:11  | 수정 2020-03-18 17:08
[사진 = 페이스북 캡쳐]

흔해 빠진 화장지가 미국 전역을 뒤집어 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휩싸인 소비자들의 사재기 탓으로 초래된 '화장지 공급난'에 온갖 사건이 횡행하면서다.
17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미국 대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는 현지 언론사에 '코로나19에 오염된 화장지를 리콜한 적 없다'는 입장을 서둘러 전했다. 코스트코가 공식 발표한 것처럼 꾸며진 리콜 통지서가 앞서 SNS를 통해 빠르게 공유, 전파되자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대응한 것이다.
[사진 = AP연합뉴스]
문제가 된 고지문에는 "2월 1일부터 3월 9일까지 판매된 코스트코의 커크랜드 화장지에 대한 리콜이 있었다"며 "중국 제조품 때문에 화장지가 코로나19에 감염됐기 때문"이라고 적혀있다.
이 내용은 13일 미국 연방정부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한 이튿날부터 주말 동안 꾸준히 전파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코스트코 공식 홈페이지 '리콜 제품 리스트'에 화장지는 포함되지 않은 데다, 통지서에 쓰인 단어 '오염되다(contaminated)'에서 a가 누락된 허술한 가짜 공지임에도 미국 소비자들은 공포에 빠졌다고 한다.
[사진 = 폭스뉴스]
화장지가 다 떨어졌다고 경찰을 찾는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이에 미국 경찰은 '화장지가 떨어졌다고 911(한국의 112)에 전화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띄우기도 했다. 오리건주 뉴포트의 경찰은 최근 "이런 내용까지 공지해야 하는지 믿을 수 없지만, 화장지가 떨어졌다고 전화하지 마십시오. 우리 도움 없이도 당신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닷 사람들은 (화장지 대신) 소금물에 적신 낡은 밧줄을 사용했고, 고대 로마인들은 막대기에 해면을 매달아 썼습니다"고 쓰는 웃지 못할 상황이 빚어졌다.
[사진 = 페이스북 캡쳐]
미국 언론들은 광풍에 가까운 화장품 사재기와 엮인 크고 작은 사건을 전하며 "화장지가 '패닉 바잉(Panic buying·공황 상태 속 구매)의 궁극적인 상징이 되었다"고 하고 있다. 동시에 마스크나 손 세정제 같은 위생용품과 달리 화장지 공급에 차질이 없다며 소비자 불안을 잠재우려 애쓰고 있다.
감염증 예방이나 치료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데도 화장지 사재기가 성행하는 건 심리적 안정감을 확보 노력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의 보건경제학자 파라사트 보카리 박사는 "적은 예산으로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싶어하는 '제로 리스크 편향'(zero risk bias) 때문"이라며 "쉽게 비축해둘 수 있는 물건을 한 구석에 쌓아놓고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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