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뭐든 다하겠습니다" 트럼프, 1인 124만원 지급…이탈리아, 항공사 국유화
입력 2020-03-18 12:09  | 수정 2020-03-18 17:37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는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옆에서 이를 쳐다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EPA = 연합뉴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COVID-19)가 이달 미국·유럽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가운데 17일(현지시간) 각 국 정부가 앞다퉈 '코로나19 재정'을 발표했다. 중앙은행의 '빅스텝 금리인하'(0.5%포인트) 돈 풀기가 오히려 글로벌 금융시장 공포에 기름을 붓는 역효과를 내면서 실물 경기에 방점을 둔 정부의 '확장 재정'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한 만큼 공통적으로 재정 투입 금액이 많다. 다만 나라 마다 특징이 눈에 띈다. 유럽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핵심 기업 도산에 대비해 '국유화 카드'를 꺼내들었고, 미국은 일본처럼 소비 심리 자극 차원에서 '1인당 재난 기본소득 지급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장 17일(현지시간) 미국에서는 경제 살리기에 나선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이 연방 상원 공화당 의원들과 만난 후 기자회견에서 "재난 기본소득이 포함된 1조 달러 규모 코로나19 대응용 재정 편성을 논의했다"고 이날 밝혔다. 1조 달러는 우리 돈으로 1237조 9000억원 정도다.
중소기업과 영세 가게 지원용 총3000억 달러, 기타 안정화 자금 총2000억 달러를 비롯해 현금으로 지금될 재난 기본소득 총2500억 달러 등이 포함된다. 므누신 장관은 "위중한 상황이기 때문에 별도로 납세기한 연장(기업별 최대 1000억 달러·개인별 최대 100만 달러) 조치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납세 연장까지 합치면 트럼프 정부가 상원과 논의 중인 코로나 재정은 총 1.2조 달러(우리 돈 약 1485조 4800억 원)에 이른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를 선호해 애초에 '연말까지 근로소득세 0%'를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감세 남발에 부정적인 뜻을 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감세 대신 현금 지급 방식 재난 기본소득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1조 달러 '코로나 재정' 중 재난 기본소득 2500억 달러는 시민 1인당 1000달러씩 현금으로 지급된다. 우리 돈 123만 원 정도다. 부유층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 관련 연방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선서하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 장관. [사진 출처 = CNBC]
므누신 장관은 이번 안이 상원에서 최종 통과되는 대로 4월 말까지 1차로 2500억 달러 어치 재난 기본소득을 시민들에게 가능한 빨리 지급할 계획이다. 다만 장관은 혹시 모를 국가 비상사태 선언에 대비해 선언이 이뤄지면 5000억 달러를 2차로 투입할 계획을 들고 있다고 블럼버그 통신이 익명 관계자를 인용해 17일 전했다.
특히 므누신 장관은 의회에 '8500억 달러를 당장 쓰게 해달라'는 내용의 긴급을 승인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익명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전했다. 8500억 달러에는 델타·아메리칸 에어라인 등 미국 항공사에 대한 소득세 인하와 500억 달러의 지원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8500억 달러 긴급 지출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GFC) 당시 금융권 구제용 긴급 지출 프로그램(TARP·7000억 달러)를 넘어선다. 앞서 의회는 이미 코로나 사태 대비 실업수당 확대와 유급 휴가 지원금 1000억 달러를 통과시킨 바 있다.
그만큼 상황이 다급하기 때문이다. 므누신 장관은 17일 공화당 상원 의원들과 회동에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실업률이 20%에 달할 것"이라며 재정안을 빨리 통과시켜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CNBC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앞서 16일 케빈 해셋 트럼프 정부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 위원장은 "전 세계 경기침체 가능성은 100%"라면서 "3월 미국인 일자리가 사상 최다인 10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해셋 전 위원장은 "심지어 다음 주에는 아무도 고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CNN이 전했다. 21세기 들어 미국 경제 침체기 최대 일자리 손실은 2009년 3월(-80만개)·2월(-74만3000개)·1월(78만4000개) 순이다. 역사를 통틀어 한 달 간 미국 일자리 손실이 가장 컸던 때는 세계 제 2차대전인 1945년 9월(-196만 개)이다.
한편 영국 정부도 '재난 기본소득'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등에 따르면,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은 17일(현지시간), 총 3300억 파운드 어치 코로나 재정을 편서했다고 밝혔다. 우리 돈으로 495조 8943억 원 규모다. 정부는 이 중 일부를 소규모 영세 기업에 업체별로 2만 5000 파운드(우리 돈으로 약 3757만 원)을 현금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최후 수단으로 '기업 국유화' 카드를 꺼내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발원지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중국발 코로나 피해가 가장 많이 집중된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16일 저녁, 항공사 알리탈리아 국영화 방침을 밝혔다고 현지 레푸블리카 신문과 AFP통신 등이 전했다. 정부는 이날 250억 유로(우리 돈 34조2730억 여원)어치 코로나 대응용 긴급 자금 지출도 발표했다.
알리탈리아는 이미 저가 항공사와의 출혈 경쟁 등으로 2017년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법정관리에 들어갔는데, 중국발 코로나 여파로 도산 위기에 처하자 다시 국유화 된 셈이다. 알리탈리아는 지난 1946년 국영회사로 출발한 항공사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 10억 유로에 민영화됐었다. 지금까지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정부 소유 에티하드항공이 알리탈리아 지분 49%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 51%는 이탈리아 정부가 보유해왔다.
17일 오전에는 브루노 르 메르 프랑스 재무부 장관이 경기 침체를 선언하면서 '기업 국유화' 방침을 밝혔다. 스페인 엘크로니스타 등에 따르면 이날 르 메르 프랑스 장관은 "코로나 여파에 따른 시장 안정을 위한 초기 조치로 스페인, 이탈리아와 함께 에어프랑스-KLM 항공, BNP파리바 은행, 르노 자동차 등 92개 기업에 대한 공매도를 원천 차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공매도 차단과 각종 지원에도 불구하고 핵심 기업이 도산위기에 처하면 국유화한다는 게 프랑스 정부 방침이다. 르 메르 장관이 구체적인 대상 기업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공매도 금지 업체인 르노 자동차는 지난 16일, 다른 자동차제조업계의 2주간 생산 중단 발표와 달리 '무기한 생산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르 메르 장관은 이날 현지 RTL 라디오와 인터뷰 하면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450억 유로(우리 돈 62조 4700억 여원)를 풀어 기업과 국민을 지원하겠다"면서 "올해 프랑스 성장률은 기존 1%대 성장이 아니라 -1% 넘는 마이너스 성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기반해 내놓은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인에서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왼쪽)가 스페인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는 2000억 유로 어치 코로나 긴급 재정을 발표했고, 살바도르 이야 보건부 장관(오른쪽)이 15일간 민간 의료기관 국영화 방침을 밝혔다./출처=로이터·스페인ABC
한편 스페인에서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같은 날 1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총 2000억 유로(우리 돈 274조 여원)어치 코로나19 대응 긴급 재정을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2000억 유로는 스페인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부는 총 2000억 유로 중 절반인 1000억 유로를 기업 긴급 대출 지원으로 쓸 계획이다.
17일 현지 ABC신문 등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앞으로 15일 간 병원 등 민간 의료기관을 국유화 한다"고 이날 선언했다. 다만 이는 기업 구제가 아니라 폭증하는 코로나 환자 수용·치료를 위한 차원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는 순서대로 유럽 내 코로나 피해를 가장 많이 본 나라들이다. 이 세 나라는 최근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국경을 봉쇄했다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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