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외환시장 패닉…원화값 10년만에 최저
입력 2020-03-17 17:40  | 수정 2020-03-17 21:54
달러당 원화값이 10년 만에 가장 낮은 1243.5원까지 떨어진 17일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 딜러들이 거래에 집중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달러당 원화값이 코로나19에서 촉발된 패닉 장세 영향으로 폭락하며 약 10년 만에 가장 낮은 1240원대에 장을 마쳤다. 달러당 원화값 종가가 1240원대를 기록한 것은 2010년 6월 11일 1246.1원 이후 처음이다. 이와 함께 환율시장의 '선행지표' 성격을 띠는 외화자금 시장에서도 불안 징후가 나타나자 정부는 18일 긴급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 종가보다 17.5원 급락(환율 급등)한 1243.5원에 마감했다. 지난 11일 1193.0원이던 달러당 원화값은 4거래일 내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 기간 떨어진 폭만 50.5원에 달했다.
이날 급격한 원화값 하락은 경기 침체 불안감으로 인해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몰린 탓으로 분석된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글로벌 단기자금 시장이 경색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달러자금 시장에서도 지난주부터 외환(FX) 스왑포인트가 급락하는 등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며 "깜짝 놀란 시장이 계속해서 달러화를 사고 있다"고 말했다. 외화자금 시장은 달러를 빌리거나 빌려주는 시장인데, 여기에서 마비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이에 불안감을 느낀 시장이 달러를 사들이면서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고 반대로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외환 자금시장 이상 징후에 대응하기 위해 선물환 포지션 조정 등 안정대책을 18일 발표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국회에서 "선물환 한도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여러 대책을 검토 중"이라며 "내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외국계 은행이 국내 기업에 달러화를 빌려준 뒤 원화로 갚게 하는 대출상품을 팔 수 있는 상한선을 제한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지금처럼 국내 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커진 상태에서는 이 한도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계 자본이 국내 시장에서 달러를 비싼 값에 팔 수 있다는 판단하에 달러 공급량을 늘릴 유인이 크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한미 통화스왑 추진 의사도 밝혔다. 그는 "2008년에 그런 사례(통화 스왑)가 있었는데 든든한 안전망이 될 것"이라며 "내막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이은 증시 폭락도 원화값 급락에 한몫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진 최근 한 달 동안은 2~3거래일 동안 원화값이 급락했다가 다시 급등하는 식으로 양방향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며 "이는 증시가 하락과 반등을 반복하면서 부수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성이 명확해지자 이제는 한쪽 방향으로만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원화값 전망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미 1200원대에 진입한 상황인 데다 공포심리가 지배하는 시장이라 전망치를 내놓기 무섭게 바닥을 뚫고 내려가기 때문이다. 백 연구원은 "10년 전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의 장중 고점인 1277원 선까지는 염두에 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용 기자 / 정주원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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