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휴원 학원들 "더는 버티기 어려워" 하나둘씩 개원
입력 2020-03-17 17:29  | 수정 2020-03-24 18:05

"국가적인 재난 상황이니 조금만 참아보자며 지난달 말부터 3주간 문을 닫았었는데 더는 버티기가 어려웠습니다."

대전에서 단과 학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16일부터 닫았던 학원 문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휴원을 권고한 교육청 요청과 일부 학부모들의 우려가 겹쳐 학원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문을 닫았지만, 임대료와 강사료 부담 등이 가중되면서 다시 문을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출을 일부 받을 예정이라는 A씨는 "오늘 또 정부에서 개학을 4월로 연기했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는 휴원 권고는 (학원들은) 그냥 죽으라는 소리"라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영세한 학원과 교습소는 코로나19에 따른 감염 확산 우려에도 하나둘씩 학원 문을 열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처음으로 학원 휴원 권고가 내려질 때만 해도 40∼60%까지 올랐던 학원과 교습소 휴원율이 이달 들어 17일 현재 시도별로 10∼30%까지 떨어진 것도 생계 대책이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대전의 경우 지난달 25일 기준 휴원율이 학원 40.7%, 교습소 47.0%였던 것이 이달 들어 지난 4일 학원 34.8%, 교습소 35.8%로 내려간 데 이어 16일엔 학원 30.9%, 교습소 32.0%로 더 낮아졌습니다.

제주지역은 학원 10곳 중 2곳이 휴원했고, 충북의 학원 휴원율은 지난 6일 65%에서 42%로 떨어졌습니다.

전북은 지난달 말 42%에 달하던 학원 휴원율이 21.2%로 급감했습니다.

광주는 지난달 말 50%를 웃돌던 학원 교습소 휴원율이 2차 개학 연기 이후 20%로 떨어진 데 이어 최근에는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주시 이도동에서 교습소를 운영하는 B씨는 "처음에만 해도 학부모들이 '왜 휴원하지 않느냐'고 난리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개학이 미뤄지면서 학업에 대한 걱정과 아이를 돌볼 뾰족한 대안이 없어 학원이 휴원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습니다.

대부분 학원은 개학이 2주 더 미뤄진다 해도 경영상 어려움으로 더는 휴원을 유지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제주시 노형동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C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 체온계와 손 소독제를 비치하는 등 감염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 달 벌어 한 달 버티는 학원에게 휴원을 강요한다면 문을 닫으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토로했습니다.

대전에서 재수생 중심의 대입학원을 운영하는 D씨는 "휴원과 개원을 몇차례 반복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 지난달 말에 1천800만 원을 주고 학원에 열화상 카메라까지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며 "방역요원을 별도로 배치하고 모두 마스크를 쓰고 수업하고, 밥 먹을 땐 한 줄로 앉아 먹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도 실천해 웬만한 곳보단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재수생을 둔 학부모들은 빨리 수업을 재개해 달라고 난리인데 교육청에선 휴원을 계속 권고하니 입장이 난감하다"며 "아마 별도의 대책이 없는 휴원이 계속된다면 문을 닫는 학원이나 교습소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승우 전북학원연합회장은 "지금까지 연합회 차원에서 학원 휴원을 권고해왔지만 이번 주부터는 휴원을 권고하지 않기로 했다"며 "지속한 학원 휴원으로 운영자들의 생계가 어려워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회장은 "학원이 휴원하는 동안 학생들이 개인 과외를 하거나 스터디카페에 가는 등 공부하는 방식이 바뀌어 학원 재등록률이 떨어진 곳들도 있다"며 "초등학생의 경우 재등록률이 낮아 문을 닫는 학원들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휴원을 권고해 학원이 협조한 것인데 현재 지원책만으로는 계속되는 학원 휴원에 따른 운영난을 해소하기에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전호용 충북도학원연합회장도 "국가적인 재난 상황을 맞아 (휴원에) 협조는 하고 있지만, 휴원이 장기화하면서 학원들의 손실이 너무 크다"며 "정부가 학원가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고용노동부가 소상공인 정책지원자금을 한다고 하는데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며 "법 타령, 제도 타령만 하지 말고 학원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나마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전 회장은 청주 상당구에서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교과 수업을 진행하는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등원율(학원생 150명가량)은 1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한숨 쉬었습니다.

학부모들 요구로 학원 문을 열지만 수입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 회장은 "도내 학원의 75%가 자체적으로 방역을 마쳤고 현재도 진행 중"이라며 "학원마다 학습보다는 학생 관리 차원에서 수용하고 있어 PC 방이나 코인 노래방보다 학원이 훨씬 더 안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대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학원이나 교습소 현장 점검을 나가보면 대부분 관계자가 장기간 휴원으로 생계가 곤란해졌다고 호소하곤 한다"며 "시와 함께 개원한 곳에 손 소독제와 소독약 등을 지원하고 있으나 문을 연 곳도 학원생이 많지 않아 어려움은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얼마 전 교습소를 운영하는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감염병 확산을 막는다는 정부 지침을 지키고자 휴원에 동참했는데 너무 힘들어 최근 임대료를 내려고 보험을 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휴원 학원이나 교습소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속해서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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