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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송 코스닥협회장 "3%룰 탓에…코스닥 300곳 감사인 공백 우려"
입력 2020-03-17 17:29 
서울 여의도 코스닥협회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정재송 코스닥협회 회장이 코로나19 여파로 의결 정족수 부족 문제에 직면한 상장사들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감사 선임에 실패한 코스닥 상장사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디에치피코리아, 샘코, 중앙백신, 그리고 OCI 계열 중견 건설사인 이테크건설도 최근 주총에서 감사인 선임에 실패했다. 의결정족수 부족 때문이다. 상장사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 시엔 대주주 등의 의결권이 발행주식총수 3%까지만 허용된다. 이른바 3%룰이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소액주주들이 주총 참여를 주저하면서 코스닥 상장사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17일 정재송 코스닥협회 회장(62)은 3%룰은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매출 2000억원대 디스플레이·반도체장비 제조업체 제이스텍도 운영하고 있다.
정 회장은 "상장사 주식은 고도로 분산돼 있고, 소액주주 대부분은 보유기간이 짧은 단순투자 목적"이라며 "회사는 감사 선임을 위해 의결권대행업체를 고용하거나, 직원을 동원해서 의결권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3%룰 폐지를 통해 지불하지 않아도 될 비용과 시간을 줄여 줘야 한다는 게 정 회장 얘기다. 그는 "기업이 주총 의결권 확보에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주주·사회에 가야 할 돈 일부가 낭비되고 있다"며 코스닥 상장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올해 주총에서 감사나 감사위원회 위원을 신규 선임해야 하는 코스닥 회사는 544개사(전체 41.9%)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감사 선임 부결이 예상되는 곳은 약 300곳으로 예측된다.
상법상 주주총회 결의요건은 발행주식총수 4분의 1 이상 찬성과 출석주식수 과반수 찬성이다. 최소 발행주식 25%에 해당하는 주주가 주총에 참석해야 한다. 그런데 2017년 말 섀도보팅이 폐지되면서 결의요건 충족이 엄격해졌다. 섀도보팅은 의사표시 없는 의결권에 대해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총 참석주식수 찬반 비율에 따라 중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특히 감사 선임 시엔 대주주 의결권이 발행주식수 최대 3%로 제한된다.
정 회장은 "코스닥 상장사들은 전자투표제·전자위임장 도입, 주총일자 분산 등 소액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유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소액주주들의 무관심으로 의결정족수 확보가 어려운 회사들이 많다"며 "최근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의결권을 받기 위해 주주 집을 방문해도 문을 열어 주지 않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의결정족수 부족에 따른 주총 안건 부결을 해결할 한 대안으로 "상법상 상장회사 주주총회 결의요건을 발행주식수가 아닌 출석주식수 기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주의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는 발행주식총수 4분의 1 이상 찬성을 요구하고 있는 현행 상법의 결의요건을 갖추기란 어렵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코스닥 상장사들의 어려움을 금융당국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에도 나섰다. 지난달 말 금융위는 코로나19 피해 상장사에 대해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을 3월 30일에서 5월 15일로 연장해주기로 발표했는데, 여기엔 코스닥협회도 한몫했다. 코스닥협회는 금융위 발표에 앞서 중국에 자회사를 둔 회원사 440곳을 상대로 코로나19로 인한 재무제표 작성 관련 애로사항을 조사했으며, 결과를 금융당국에 알려줬다. 금융위에서는 선제적이고 과감하게 코스닥업체들의 의견을 최대한 정책에 반영했다고 한다.
▶▶정재송 회장은…
△1958년 부산 출생 △1977년 국립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 졸업 △1979년 경남산업대학 공업경영학과 졸업 △1982년 대우조선 연구원 △1995년 제이스텍 창업 △현 코스닥협회 회장
[정승환 기자 / 김규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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