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계속되는 정의당 비례 잔혹사…비례5번 이은주는 검찰 고발돼
입력 2020-03-17 15:40  | 수정 2020-03-17 18:49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코로나19 위기극복 119 민생센터 현판식 후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정의당 5번 비례대표 후보인 이은주 서울시 지하철공사 노조 정책실장이 지난해 11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검찰에 고발된 사실이 확인됐다. 정의당은 이 같은 사실을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묵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17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 11월 5일 이 후보자와 박모 전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주요 혐의는 제57조의6(공무원 등의 당내경선운동 금지), 공직선거법 제255조(부정선거운동죄) 위반 등이다. 공무원 등의 당내경선운동 금지 원칙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선관위는 '공사 상근임원'인 이 후보자와 박 전 위원장을 '선거법상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로 판단했다고 한다. 검찰 고발은 선관위가 '혐의가 명백'하다고 판단이 섰을 때 처분하는 가장 강도 높은 사법조치에 해당한다. 검찰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의 경우 개인 고발이 있고 선관위에 의한 기관고발이 있는데, 물론 사안마다 다르겠지만 기관고발은 상당수가 검찰 기소로 이어진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선관위는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조직적 선거운동 움직임을 신고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위법 소지가 상당하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해당 사안은 현재 서울지방경찰청이 수사 중이다. 최근 서울교통공사 측에 압수수색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 전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서울교통공사 내에 '지하철노동자를 국회로 추진단'을 꾸려 이 후보자에 대한 노동조합 차원의 조직적 지지를 꾸렸다. 정의당 서울시당이 서울교통공사 노조 소속이자 정의당 노원구위원회 운영위원인 이은주 씨에게 차기 총선에서 비례대표 예비후보로 나서 줄 것을 제안해왔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을 필두로 '지하철노동자를 국회로 추진단'은 서울교통공사 노조원을 대상으로 사내 벽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 등을 통한 정의당 당원 가입·당비 납부를 설득했다. 당시 박 전 위원장이 노조 지부장들에게 보낸 문자에 따르면 "정의당 서울시당에서 우리 노조 소속 이은주 동지에게 비례대표 출마를 제안해 왔다. 우리가 이은주 동지를 추천한다면 당선 유력한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배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고 적혀 있다.
이 후보자와 정의당은 당시 노조 차원의 조직적 동원이 '부정선거운동'이 아니라 '당원가입운동'이라는 입장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매일경제와 전화통화에서 "정의당과 민주노총은 진작부터 '1노조원 1당적 갖기' 운동을 벌여왔다. 그 차원에서 이뤄진 서울교통공사 노조 측의 당원 가입 독려이지, 개인에 대한 선거운동이 아니었다. 후보자 검증과정에서 정의당에도 해당 사실을 소명했고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지하철노동자를 국회로 추진단'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배포한 이 후보 온라인 홍보물을 살피면 "은주씨랑 국회가자"가 주된 캐치프레이즈다. 당시 추진단이 해당 홍보를 벌이기에 앞서, 정의당 서울시당과 선거법 위반 소지를 공동 검토했을 정도로, '사전선거운동'으로 비쳐질 수 있단 것을 자체적으로도 인지하고 있었단 얘기다.
무엇보다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당원가입 운동이 사실상 '선거운동'과 다를 바 없는 배경에는 정의당에 고유한 비례대표 경선제도도 자리한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뽑는 데 시민 개방형 경선제도(진성당원 투표 70%+일반 시민선거인단 투표 30%)를 도입했다. 표면적으론 비례후보자를 선출하는데 당대표의 '입김' 없는 온전한 당내 민주화를 이룬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예비후보자가 인지도가 높을수록, 조직을 갖추고 있을 수록 비례 상위 순번을 확보하는 데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라는 얘기다. 조직적으로 확보한 당원 머릿수는 그대로 경선 과정에서 본인의 '표'가 된다. 기존 100% 당원 투표제 아래에서도 노동조합 출신의 후보자가 노조원들을 대거 당원으로 가입시켜 '조직선거'를 치르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이 후보자의 경우도 지난해 말 '당원가입 독려 운동' 끝에 서울교통공사 노조원 2100여 명이 정의당에 새로 당원 가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선 안정권인 '비례5번'을 차지할 수 있었던 주된 동력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상당수 노총 출신 인사들이 정의당의 앞순위 비례 순번을 받았다. 최근 '대리게임'논란으로 재신임받은 류호정 후보자의 경우도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선전홍보부장을 지냈고 '조직표'를 받을 수 있었다.
계속되는 후보자 논란 속에, 정의당의 '검증시스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윤리적 하자나 위법의 혐의가 있는 후보자들을 검증 과정에서 제대로 못걸러냈다는 것이다. 최근 비례 6번인 신장식 후보도 음주·무면허 운전 논란 속에 자진사퇴했다.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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