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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답 ’사랑하고 있습니까’의 불편한 아이러니[연예기자24시]
입력 2020-03-17 15:27  | 수정 2020-03-17 15:33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아무리 힘들어도 숨은 쉬어야 하잖아요?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오신다면 코로나19를 피할 수 있을 거예요!”
모두에게 힘겨운 시국이다. 그만큼 명확한 우선순위와 그것을 지키기 위한 절제, 공동의 인내심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든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며 모두가 저마다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의 이기적인 행보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동감 김정권 감독의 신작이자 성훈 김소은의 주연작 ‘사랑하고 있습니까(철필름 제작)이 오는 25일 개봉을 앞두고 17일 예정된 언론배급시사회를 강행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로 많은 이들이 경제적 손실을 감내하며 힘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영화계 행사로서는 이례적으로 강행된 단체 행사였다. 3월 개봉작 중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한 건 '사랑하고 있습니까'가 유일하다.
장소 또한 서울 송파구의 롯데시네마 월드타워라는 점에서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와 이후 영화계 일정에 끼칠 파장이 걱정돼왔던 터. 수일전부터 취재진의 문의와 항의가 쏟아졌지만 제작사 측은 결국 홍보를 위해 시사회를 강행했다.
앞서 ‘사랑하고 있습니까 측은 취재진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공감하고는 있으나 논의 끝에 행사를 강행하게 됐다”면서 온라인 스크리너 제공 및 온라인 인터뷰 진행 등은 모두 불가하다. 시사회를 비롯해 인터뷰까지 모두 예정대로 오프라인으로 진행키로 최종 결정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대형 상영관을 잡고 간격도 기존보다 넓힐 예정이며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청결 유지를 위해 남다른 준비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일 사사회에서는 대형 시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 감지카메라조차 배치돼있지 않았고 손세정제 비치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마스크 역시 뒤늦게 입장하는 몇몇의 기자들에 마주치는 대로 한 장씩 나눠주는 등 즉흥적이고 미흡한 준비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오는 18일과 19일 양일간 인터뷰 자리가 따로 마련돼 있음에도 영화 측은 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까지 모두 진행, 사진 기자들까지 모두 끌어 모았다. 한 명이라도 사람이 덜 모여야 하는 시국에 한 명이라도 더 모으려는 상황을 만들면서도 이내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며 진정성 없는 멘트만 날릴 뿐이었다.
이날 진행자는 기자간담회가 시작되기 전 이 같은 불편한 반응을 의식해 질의응답 시간에는 영화에 대한 질문만 받겠다. 현 시국에 대한 질문은 조심스러울 수 있으니 이해해달라”며 발 빠른 공지에 나섰다.
주연 배우인 성훈은 첫 인사로 여기까지 오기 힘든 시기임에도 마스크 착용하고 참석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고, 이내 전 세계적으로 너무 많이 힘든 시기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사람이 숨은 좀 쉬고 살아야 한다”며 극장에 오시더라도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오신다면 우리가 우려하는 코로나19는 잘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겁지 않은 잔잔한 웃음을 선사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고 끝까지 홍보 멘트에 열을 올렸다.
예민한 시기임에도 공지한 대로 최선의 준비와 진정성이 보였다면 실망감이 조금은 덜 하지 않았을까. 따뜻하고도 가벼운 로맨스 판타지물을 보면서도 전혀 웃을 수도 힐링 받을 수도 없었던 이유, 오랜 만에 만난 신작이 마냥 반가울 수 없었던 이유는 이 같은 얕은 수가 제대로 한 몫 했다. 물론 그럼에도 작품의 완성도가 높았다면 상당 부분 아쉬움을 달랠 수도 있었겠지만 그 조차도 불가했다. 함량 미달의 작품성이 오히려 분노를 키웠다. 여러모로 노답인 ‘사랑하고 있습니까다.

한편,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국내는 물론 해외 신작들이 줄줄이 예정된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부득이하게 개봉 일을 미루지 못한 경우 온라인 시사 및 서면 인터뷰로 대체하고 있다. 오지호 주연의 영화 ‘악몽, 다큐 영화 '밥정' 등 3월 신작들은 온라인 시사회 및 서면 인터뷰를 진행, 공개 동시에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는 ‘킹덤2 측 역시 쌍방향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다.
국내 영화계 마지막 공식 일정은 지난 20일 진행된 영화 '이장' 언론배급시사회였다. 당일 코로나19 감염자가 해당 영화관을 다녀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영화계에도 파장이 일은 것. 당시 오후 2시께 롯네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 다행히 시사회가 진행된 관과 다른 곳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장' 측은 시사회 이후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해당 사실을 알렸다. 이후 감염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사전 예방에 대한 한계로 인해 더 이상 영화계 공식 행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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